생활경제
[김영란법 후폭풍] 한정식집 문닫고 추석 선물시장 위축…유통ㆍ외식업체 비상
뉴스종합| 2016-07-29 09:12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합헌으로 판결하면서 유통가와 외식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특히 유통업계는 당장 다가올 추석부터 선물상품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9월 15일인 올 추석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선물교환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매출 부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늘리고 있지만, 비중이 워낙 작다 보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당장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선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5만원 이상 선물은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백화점 매출 위축은 물론 농축수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화점 업계는 추석 선물세트를 출시하면서 5만원 이하 저가 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는 등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들도 긴장하는 모습은 역력하다. 소비는 심리에 좌우되기 때문에 사회전체적으로 소비위축 분위기가 확산되면 대형마트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는 5만원 이하가 70%다. 

[사진설명=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 등을 포함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추석 때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버섯과 인삼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는 모습.]

상황이 심각한 곳은 외식업계와 농축수산 업계다. 특히 고급 한정식을 운영하는 한식당들의 우려가 크다. 일부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존립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종로구 일대에 있는 일부 고급 식당에서는 벌써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주방장이나 종업원을 일부 내보내고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가게를 아예 내놓은 곳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이 자주 찾았던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이 문을 닫았다. 이곳은 현재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난 뒤 적자가 계속된 데다 김영란법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60여년 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약 6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1인당 대부분 3만원대를 넘는 한정식은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커 상당수의 한식당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김영란법까지 시행돼 생계형 자영업자인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금도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물가가 이런 실정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매출 하락은 곧 폐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우리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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