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림픽, 땀의 전쟁 뒤에는 마케팅 전쟁이 있다
HOOC| 2016-08-05 08:12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제31회 리우 올림픽이 개막됐다. 올림픽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라는 이름 외에도 선수와 국가의 명예를 건 스포츠 전쟁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동시에 올림픽 무대는 각 기업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펼쳐지는 전장이기도 하다. 연시청자 36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마케팅 무대이기 때문이다.

▶예상된 승자(勝者), 전세계 단 11개의 TOP들=올해 리우 올림픽 역시 올림픽 특수를 노리려는 각 업체들의 마케팅 전쟁이 막이 올랐다. 하지만 표면적인 전쟁의 승자는 이미 결정났다. 바로 올림픽 공식 파트너(The Olympic Partner,이하 TOP)들이다. 

IOC 공식 파트너, 도요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실질적으로 참가하며, 올해 리우 올림픽에는 제외왼다.[사진=IOC 홈페이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등록된 TOP가 아닌 기업들은 올림픽을 주제로 마케팅을 펼칠 수 없다. 오륜기와 로고를 사용할 수 없으며, 올림픽을 상징하는 단어와 어휘조차 쓸 수 없다.

리우 올림픽의 TOP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11개 기업에 불과하다. 즉 이 11개 TOP들은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 부터 마케팅 승자 자리를 예약한 것이다.

이처럼 IOC가 엄격한 규제를 하는 이유는 바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인 TOP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TOP 계약은 보통 4년 기준으로 체결되는데, 기본 후원 비용만 1000억원에 달한다. 또 돈을 지불한다고 아무나 참여할 수도 없다. IOC는 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 중 분야별 한 개 기업에게만 이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기업 중 유일한 TOP인 삼성전자는 무선 통신 분야의 파트너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 올림픽부터 이 자격을 유지중이다. 

IOC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트너십 체결 협약[사진=IOC 홈페이지]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리우 올림픽에서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역경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분위기를 띄운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는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에디션을 각국에서 한정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올림픽 참가 선수 1만2500명 전원에게도 제공된다.

또 리우 현지에 갤럭시 스튜디오를 설치해 최근 공개된 갤럭시노트 7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무선 통신 분야 파트너에 걸맞게 리우 2016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올림픽 운영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기본 후원비용에 현지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수천억원의 돈을 올림픽을 위해 쏟아붇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TOP들은 거액을 투자한만큼, 달콤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단순하게는 제품의 매출 신장 효과에서부터 기업 브랜드 가치의 향상도 보장된다. 
삼성전자가 리우 올림픽을 맞아 출시한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에디션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트너 초기인 1999년 브랜드 가치가 31억달러로 100대 브랜드 순위에도 꼽히지 못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2016년 같은 평가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453억달러로 전세계 기업 중 7위를 차지했다.

▶TOP에 들지 못한 그들, 앰부시 마케팅 노린다=지난 2일 GS25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1시간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소동의 원인은 “리우 올림픽 출전 선수들 응원하세요”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앞서 설명한대로 TOP만이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TOP에 선정되지 못한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무기는 바로 ‘매복’이라고 불리는 앰부시(Ambush)마케팅이다.

이들은 올림픽 또는 리우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기아차 리오

하지만 브라질, 스포츠 축제, 금메달 등 올림픽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며 IOC의 규제를 피한 매복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칠레 등 중남미 주요 3개국에서 리오(한국명 프라이드)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현지 법인에서 진행하는 ‘콜 리오’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일반인들이 올림픽 기간 중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주요 SNS에 ‘리오’를 외치는 영상을 올리면 그 중 10명을 선정해 1박2일 시승권을 준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이를 연상시키게 하는 전형적인 앰부시 마케팅인 것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최근 일부 차종의 삼바 에디션 모델을 판매하며 앰부시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며, 유통업체들 역시 직접적인 단어사용 대신 “한국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하며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다. 
쌍용차 삼바 에디션


특히 올해부터는 TOP를 제외한 기업들의 앰부시 마케팅을 규제하는 IOC의 ‘룰40’이 다소 수정되기도 했다. IOC는 공식 스폰서가 아니더라도 올림픽 대표선수 등을 개별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신고만 하면 소셜미디어 상에서 올림픽 마케팅 활동을 하도록 허용했다. 미국 스포츠용품사 언더아머 등 개별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TOP 업체들과 그 틈새를 노리는 非TOP 업체들의 마케팅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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