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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트럼프 앞에서는 대륙의 기상도 죽는다?
뉴스종합| 2017-01-07 09:57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최정호 기자]올 한해 전자 IT 업계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수 많은 호텔과 카지노가 있다. 이 중에서도 월등한 높이, 황금색 화려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호텔이 바로 ‘트럼프’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이곳 라스베이거스 투자를 통해 많은 재산과 인기를 모았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올해 CES에 가장 많은 기업들을 내보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CES 2017에 부스를 꾸린 중국 기업만 약 1300여개에 달한다. 전체 참가업체 숫자의 33% 정도다. CES 2017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나 시내 호텔에서 유달리 튀는 억양의 중국어를 어렵지않게 들을 수 있는 이유다. 

CES 2017에 참가한 중국 기업 전시관 및 컨퍼런스 모습

하지만 이런 숫자와 달리,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위 화웨이 회장이 개막 첫날 대표 기조연설을 하고, 가장 비싼 대관료를 자랑하는 메인홀에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과 함께 대규모 부스를 꾸렸지만, 정작 전시품 대부분은 작년에 나온 스마트폰과 악세사리가 전부였다.

창홍이나 하이센스, 하이얼, TCL 같은 중국 대표 TV 및 가전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메인홀에 전시관을 꾸렸지만, 전시관 규모나 관람객 및 전시물 숫자 면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소니, 그리고 인텔과 퀄컴 같은 한국과 일본, 미국 경쟁 기업들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나마 지난해 미국 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하이얼이 공동 부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했을 뿐이다. 심지어 이번 CES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전용 전시관에서는 중국 기업은 사실상 전멸했다.

CES 2017에 참가한 중국 기업 전시관 및 컨퍼런스 모습

‘대륙 굴기’를 자랑하던 중국 기업들의 이런 조용한 모습과 관련, 업계에서는 CES의 지역적 특징을 이유로 꼽았다. 미국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제품 점유율은 사실상 미미할 뿐이다. 샤오미나 화웨이도 이곳에서는 그냥 ‘중국산’ 스마트폰에 불과하다. TV 역시 마찬가지, 대부분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미국인들에게 창홍, 하이얼은 여전히 생소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달 전 IFA라는 큰 전시회가 열린 독일, 유럽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이나 TV가 나름 싼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도 제법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제3 세계의 낯선 브랜드”라며 “이런 현실이 자연스럽게 전시장에서도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의 전시 제품을 관찰한 국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외형과 기능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직접 와 닿는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었다”며 중국 기업이 CES 2017에서 관람객 모으기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CES 2017에 참가한 중국 기업 전시관 및 컨퍼런스 모습

한편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중국 기업들을 적극 공격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중국은 일방적인 무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과 부를 쓸어가고 있지만 북한 문제에서는 (미국을) 돕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도 “대만 대통령이 나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오늘 나에게 전화했다”며 “고맙다”는 글을 올려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도 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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