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미분류
“성범죄 잠재적 가해자?” 남성이라서 억울합니다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8-05-28 11:31
남녀갈등 번진 미투에 ‘반감’
“우리도 피해자” 불쾌감 표출


“내가 범죄자는 아니잖아요. 누구보다 바르게 살아왔는데….”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된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 앞에 선 뭇남성들의 반응은 ‘반발’에 가깝다.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불만이나, 미투 운동 전반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다.

미투 운동이 남녀 대결구도로 번져가는 상황 속에서, 남성들은 “나는 성범죄자가 아니다”고 외치고 있다. 직장인 이모(32) 씨는 최근 한 매체의 미투 관련 기사를 보다가 크게 불쾌감을 느꼈다. 해당 기사는 성범죄의 원인을 ‘마초적’인 남성 문화에서 찾고 있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부터 음란물을 보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이후 군대와 직장생활을 거치며 마초적인 의식을 내재해 가는 남성들이 미투운동의 또다른 가해자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

이 씨는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음란물을 봤다고 내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데, 같은 취급받은 것 같아 불편했다”면서 “미투 열풍 이후, 나 스스로도 반성의 기회를 갖자고 했지만 철회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원생 윤모(27) 씨는 “‘여자라서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 뒤에는 남ㆍ녀를 따로 집단화해서 보는 인식이 자리잡는데, 결국에는 나와 성범죄자가 같은 남성으로 묶이게 된다”면서 “미투보다는 남녀전쟁의 구도로 몰아가는 저런 일부의 시선이 반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민모(30) 씨도 “일부 여성들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내 이야길 들어줘’가 아닌 ‘네가 잘못했어’로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성들은 “우리도 피해자다”라는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82년생 김지영’의 미러링 작품 ‘90년생 김지훈’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것은 이같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작품은 남성의 군복무, 사회생활 속에서 겪게되는 압박감, 성적 불쾌감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남성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투 문제를 남녀갈등으로 몰고가거나, 전체 남성집단을 하나로 보는 인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반 젊은 남성들은) 가해자가 아닌데 잠재적 가해자로 몰리는 듯한 상황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대화를 통해 이같은 다양한 성담론이나 불평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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