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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 요금인하’ 득보다 실?
뉴스종합| 2019-03-27 11:27
市 요금인하 강행…우려의 목소리
운송사 4곳 요금 1500원 이하땐
100억원 손실…영업적자 불 보듯
일자리·서비스 투자위축 전망도
“배차간격 축소 등 서비스 개선을



서울시가 인천공항을 오가는 리무진 버스의 요금인하를 강행하면 공항버스 운수업체 4곳이 모두 영업적자로 돌아서 1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일자리ㆍ서비스 부문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래 관광객 감소 등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진 가운데 시가 규제를 보태 기업을 코너로 몰아넣는 셈이어서, 시가 ‘요금인하 카드’만 고집할 게 아니라 기업 이익 잉여분을 일자리 확대와 친환경 전기버스 등 신기술 투자에 쓰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한다.

공항리무진, 서울공항리무진, 한국도심공항, KAL리무진 등 4사는 27일 경영악화 우려 등을 이유로 시의 요금인하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임을 밝힌 공문을 시에 보낼 예정이다. 지난 14일 시가 ‘요금 10%(1500원) 인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린 뒤 이 날까지 회신을 요구한데 따른 답이다.

▶시민 혜택이 클 것이란 착각=시와 서울 공항버스 운송회사 4사간 협의는 6개월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시와 운수업체간 입장 차이가 커서다. 시는 1만5000원~1만6000원인 리무진 버스 요금을 10% 내리라는 입장. 서울시가 지난해 신한회계법인에 의뢰한 ‘공항버스운송원가분석’ 용역보고서에 근거해 KAL리무진을 제외한 3곳은 두자릿수 영업이익률로 과도한 이윤을 남긴다는 이유다. 반면 운송회사는 “보고서에 나온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은 2016년에 그치며, 최근 5년 간 평균은 6%대로 나타났는데도 시가 압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률 6.11% 유지 시 적정운임은 현행요금 대비 평균 99.3%로 나타나 0.7%차이이며, 영업이익률 10% 시 적정운임은 현행 대비 103.2%로 3% 가량 더 높다. 현행 요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4사의 재무재표 차이가 커 영업이익률 6.1% 적용 시 서울리무진의 적정요금은 7% 가량 인하 여력을 보이지만, KAL리무진은 16% 외려 인상해야한다.

문제는 10% 일괄 인하의 과실이 인천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일부 시민 몫일 뿐이라는 점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는 2869만여명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관광수지 적자폭을 키웠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는 1534만명으로 2017년 보다 15.1% 증가했지만, 중국 단체관광 수요가 회복하지 않아 역대 최대치인 2016년 1724만에 미치진 못했다. 시에 공항버스 요금 인하 민원이 증가한 것은 내국인 출국자가 사상 최대로 늘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일 수 있다.

중산층이 연 1~2회 인천공항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실상 요금인하는 짬나면 짐을 싸 해외로 반복해 나가는 내국인 출국자와 외국인의 호주머니를 보전해주는 일이다. 외려 운수회사가 긴축경영을 가동하면 포터(짐꾼), 운전기사 등 추가 고용을 자제함으로써 서민 일자리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 공항버스 이용객 점유율 55%인 공항리무진은 고급형(리무진) 요금 10% 인하 시 매출은 40억원 감소하고, 12억~1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공항리무진은 영업적자 12억원, 한국도심공항은 영업적자 23억원, KAL리무진은 1000원 인하 시 영업적자 50억원을 예상했다.

4사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분리 운행, 현대기아차와 친환경 전기버스 공동개발과 시범운영, 포터 인원 확충 등 서비스 질 개선 방안을 제안 중이다.

지난해 요금인하를 주장한 서울시의회 정지권 의원은 “요금인하 보단 배차간격 단축, 포터 고용 확대 등 서비스 질과 안전을 확대하는 게 시민에게 더 낫다고 본다”면서 지난해와 입장을 달리했다.

▶서울시가 비싸다는 착시=서울 공항버스 요금인하 논쟁은 애초 경기도가 공항버스를 ‘한정면허’가 아닌 ‘시외버스면허’로 전환하면서 불 지폈다. 도는 요금신고제인 한정면허업체가 요금 인하를 거부하자, 지난해 6월 만기된 한정면허를 시외버스면허로 전환하며 요금인하를 강행했다. 그런데 시외버스로 바꾸면 지자체는 적자 발생 노선에 대해 운영개선지원금을 써야하며, 한정면허는 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서울시는 공항버스에 대해 한정면허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도는 전 도지사가 특정업체의 공항버스 노선 신설을 위해 무리한 정책을 폈다며 공항버스 면허전환 위법 의혹조사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전 지사 출석을 요구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이 달부터 시외버스 요금을 13% 인상하면서 도의 공항버스 요금인하 정책은 ‘8개월 천하’로 끝났다. 경기도 공항버스 요금이 오르면서 서울시와 요금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서울시는 공항버스 요금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면허기간이 끝나면 다시 발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편 공항버스 이용객 조사에서는 서비스 질개선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요금이 비싸다는 의견은 5%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의견은 공항에 근무해 매일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홍석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공항버스 요금 조정은 시민을 위한 책무”라며 “시는 여전히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공항버스 요금은 대중 교통 요금과 달리 시의회의 동의 없이 신고만 하면 되므로 추후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그때 인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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