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조동호 낙마를 보는 엇갈린 시선
뉴스종합| 2019-03-31 16:44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결국 낙마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강수를 던진 배경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별다른 논란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던 조 후보자가 과학기술계의 ‘부정 종합판’이라는 오명을 얻고 낙마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계 ‘이 정도면 무난했는데…’= 앞서 지난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해 카이스트 등에서 자녀 근무 특혜, 장·차남 호화 유학 논란, 허위 해외 출장 의혹, 장남 재산고지 거부 의혹, 군 복무 특혜 등에 대해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배우자 동반 출장과 관련된 연구비 부정 사용,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조 후보자는 연구자로서 ‘결격사유 투성’이라는 지적까지 받았습니다. 조 후보자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에선 낙마할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외환 송금 문제는 세무당국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변했고, 세계 최초의 무선충전전기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융합연구가 많아 R&D 지원금이 늘어났을 뿐이라는 겁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청문회에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점이 드러났지만 조 후보자는 5G를 바탕으로 한 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였고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었다”며 “이런 면을 잘 부각시키도록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실학회로 세금 낭비하는 연구계= 그런데 이날 청와대 측이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사실을 발표하면서 수차례 언급한 말은 ‘국민의 눈높이’였습니다. 특히 청와대가 밝힌 조 후보자 지명철회의 직접적 이유는 ‘부실학회 참석’이었는데요.

지난 주말 조 후보자는 대표적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인도계 학술단체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관련 학회에 지난 2017년 12월 참석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청와대도 더 이상 조 후보자를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윤 수석은 “부실학회 참석이 지명철회의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죠.

실제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는 대학·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무분별하게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부실학회 참가는 현재 과학기술계에서 민감한 이슈입니다. 연구자들이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고 발표 기회를 주는 ‘가짜학회’에 참석하고 이를 연구 실적으로 보고해 혈세를 받아가는 것인데요.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 5년간 국가 R&D 사업비를 받아 부실학회에 참가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자 398명에 대해 학회 참석 비용 14억5000만 원을 회수한 바 있습니다. 

특히 조 후보자가 참가한 오믹스는 ‘와셋(WASET)’과 함께 지난해 문제가 불거진 허위 학술단체입니다. 제대로 된 심사 과정도 없이 논문 게재를 승인해줘 지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공식 제소되기까지 했습니다.

대전 소재 국립대 교수는 “전문성이 있는 분이 왜 부실학회까지 참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장관 후보자이기 전에 연구자로서도 미흡하다. 도덕적인 책임은 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관 후보자 7명. 이날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野 “문재인정부 2기 장관 후보자 모두 부적격”= 그런데 이날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청와대의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와 관련해 “코드인사가 아닌 후보자부터 내치는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부실학회’를 거론했지만, 그 이면에는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사퇴를 강력 요구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 위해 조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는 설명입니다.

한국당은 “코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부터 내쳐 제물로 삼는다는 비난만 자초할 뿐”이라고 지적했고 바른미래당은 ”가장 흠결이 큰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를 살리고자 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조 후보자의 오믹스 부실학회 참석은 발표를 단순 기술동향 파악차 참석한 것”이라면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정도로 중대한 결격사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배제 기준’에서 자유로운 후보자는 조 후보자를 비롯해 단 한명도 없습니다. 7대 인사배제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성범죄 등인데요. 얼마나 많은 후보자가 이에 해당하는 결격 사유를 가지고 있었길래 이를 가리켜 ‘청문회 단골 아이템’으로 거론까지 할까요. 

“조 후보자 청문회를 보는 내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한 이공계 대학원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전해왔습니다. 이는 조 후보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사청문회’가 아닌 ‘사과청문회’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할 뿐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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