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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무렵 무릎부터 망가져…누가 60대를 쓰고싶어 하나요”
뉴스종합| 2019-07-05 11:39
노인연령 상향 움직임 그들은…

현장서 환영 못받는 구직자들
각종 복지혜택 늦춰질까 걱정
가난한 노인 더 많아질것 우려



대법원이 육체 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판결을 내린데 이어 정부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공론화 의지까지 밝히면서 어르신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들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팔팔했는데 갑자기 몸이 하나둘 망가졌어. 한 번 망가지니까 계속 아프더라고. 일을 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독거노인 김난숙(가명·67) 씨가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방문을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발 디딜틈 없이 각종 주방용기, 음식재료들이 쌓여있었다. 10㎡(3평)도 안되는 방엔 침대와 냉장고 외에는 가구조차 없었다. ▶관련기사 9면

김씨는 “젊어서 고생했으니 노후엔 행복할 줄 알았다”고 했지만 현실은 암울했다. 서른두살 때 이혼한 뒤 식모살이와 식당일, 붕어빵 장사 등 억척스럽게 살았다. 그는 “고된 일이었지만 건강할 때는 일하는 게 재밌을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예순 무렵.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청소일을 하느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는 일이 많은터라 무릎부터 망가졌다. 아침에 문고리를 잡고 질질 끌 듯 일어날 때는 눈물이 핑 돌만큼 서럽다고 그는 전했다.

겨우 청소 일을 하며 혼자서 생계를 해결하는 그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겁난다. 한 달 35만원 월세와 병원비를 내려면 최소 100만원은 있어야 하는데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될 뿐이다.

노인 연령기준을 높이면 가난한 노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김씨는 우려했다. 그는 “먹고 사는 것은 둘째치고 병원비 감당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행복이음센터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이영순(67)씨는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해 묻자 “그럼 나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현재 차상위 소득계층으로, 자치구에서 쌀 등을 지원받고 의료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는 아무리 기대수명이 길어졌다지만 현장에서 60대 이상 구직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말로는 60대도 젊다고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없고, 노후 빈곤은 혼자서 해결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수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 근처 세탁소에 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청바지를 챙겨 입는다. 그는 “나 같아도 젊은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며 “100세 시대라고 해도 일터에서 노인들이 환영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곧 만 65세 노인이 되는 베이비부머세대에겐 노인 연령 상향은 청천병력이다. 노인 기준이 70세로 올라가면 만 65세부터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 지하철 경로 우대, 노인 의료비 본인부담 감면제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이다.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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