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확진 4명중 1명이 미국…트럼프 ‘근자감’이 키운 화
뉴스종합| 2020-04-09 11:38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한 달 사이 미국은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병국이 됐다. 중국의 초기 대응을 비하하고 코로나19 발병국에 잇딴 규제를 내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발등에 불을 끄기 급급한 처지가 됐다. 유럽 역시 풍부한 의료 자원과 튼실한 보건의료체계를 갖고 있음에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하루하루 악몽 속에 살고 있다.

9일 세계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0시(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2만7101여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전세계 확진자가 약 151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은 미국 확진자인 셈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19일 1만명을 돌파한 뒤 하루에 1만명씩 크게 늘어나면서 급기야 미국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라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진 건 발병 초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남 탓’에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2일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튿날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 잘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은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2월 10일 뉴햄프셔주 유세현장에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이면 코로나19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부랴부랴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지만 “가짜뉴스와 민주당이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키려 그들의 준(準)권력 내에서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단합보다는 분열을 택했다. 또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미국인들의 시선을 중국 책임론으로 돌리려 했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확 바뀐다. 1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다가오는 8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부터 전쟁 중인 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이튿날에는 국방생산법을 발동하면서 “승리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미국 내 확진자가 14만명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나라가 된 뒤다.

유럽 역시 코로나19 발병 초기 느슨한 대응으로 스스로 화를 키웠다.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6만명에 육박한다. 처음엔 이탈리아에서 급증하더니 스페인이 최대 발병국(누적 확진자 14만8220명)이 됐다.

이탈리아가 국경 폐쇄와 상점 휴업령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건 지난달 13일 WHO가 유럽을 새로운 코로나19 진원지라고 언급한 뒤다. 스페인 역시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이동제한 조치 등을 취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마치 휴일을 맞은 듯 일상을 즐긴 까닭에 발병 초기부터 좀더 엄격한 규제와 단속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영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