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헤럴드포럼] 탄소 중립에 필요한 화학기술
뉴스종합| 2021-02-17 11:40

기후위기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석탄, 석회석, 납사 등을 화합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배출되는 부산물이므로, 에너지 저감형 공정으로 제조해도 온실가스 감축량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화학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하는 기술인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CU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버려지는 물질이 아닌 원료로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대기 중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환 후 고부가가치 탄소화합물의 생성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어 그 가능성을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탄소순환 개념을 추가한다면 탄소중립 시대를 겨냥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CCU 기술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CCU 기술 대부분이 완성도가 낮아 기술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원천 및 실증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그동안 CCU 기술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에 대한 감축방법론 문제와 함께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것이 과연 감축에 기여할 지에 대한 의문 등으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이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기술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애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아직 상용기술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산업 현장에서 감축활동이 이뤄져야 하므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EU, 미국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마다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몇 년 내에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감축활동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셋째 정부의 정책, 제도,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CCU 기술에 대한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기술 활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이산화탄소 활용 기준 완화, 탄소세 규제 등의 정책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다양하듯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기술과 타깃 제품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과 함께 기존 산업 및 제품 시장을 고려한 전략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국민에게는 신기후 체제 이후 이상 기후 현상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각인됐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기술개발, 정책,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과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한다면 CCU 화학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한 신성장동력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