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AI’로 화학실험 효율 높인다…온실가스 전환수율 20% 달성
뉴스종합| 2021-02-22 12:19
국제학술지 '리액션 케미스트리 & 엔지니어링' 2월호 뒷표지 논문으로 게재된 원하는 생성물(C2 화합물)의 수율은 높이고 부산물(숯, coke)의 생성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사용된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 모식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온실가스인 메탄을 유용한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실험에 인공지능(AI)을 접목, 기존 실험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장현주·김현우‧김용태 박사팀은 인공지능의 기계학습과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활용, 온실가스인 메탄을 유용한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가상 실험을 수행해 인공지능 활용 전보다 10% 이상 높은 수율을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메탄은 석유화학 공정과 셰일 가스에서 나오는 물질로 전세계 연간 메탄 발생량 9억t 중 92.2%가 난방이나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화학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7.8%에 불과하다. 연구자들은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메탄을 산소 투입없이 화학원료로 직접 바꾸는 촉매공정은 기술수준이 매우 높고 부산물이 많이 나와 상용화되지 못했다. 2019년 화학연 김용태 박사팀이 부산물 거의 없이 5.9%의 수율을 기록했었는데, 이후 후속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 협업을 통해 기존 수율의 2배인 13%를 달성한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직접 실험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한 250개의 반응 데이터를 수집해 기계학습 모델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스스로 온도, 속도, 압력, 반응기 구조 등 여러 조건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1만개가 넘는 가상 조건을 만들고 실험 결과물을 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어진 가상 실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의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자연에서 꿀벌 군집은 꿀이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꿀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하며, 수집된 정보들에서 꿀이 많은 곳을 알아내 꿀을 찾고 모은다. 이와 비슷하게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도 여러 가상 실험 조건을 탐색하고, 어느 조건에서 어떤 실험 결과가 나오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정보들에서 더 좋은 실험 결과가 나오는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총 세 단계를 거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수율은 높으면서 부산물은 적게 나오는 실험 조건을 찾아냈고, 이를 실제로 직접 실험 오차 범위 안에서 검증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리액션 케미스트리 & 엔지니어링 뒷표지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논문 투고 이후에도 인공지능 활용 연구를 계속해 현재 메탄의 에틸렌 직접전환 수율을 2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웹기반의 촉매 데이터 플랫폼의 로그인 화면. 촉매 소재와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게 개발됐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장현주 박사는 “공정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연구분야에서 250번의 실험과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높은 수율의 반응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화학 반응 조건을 가상 환경에서 찾을 수 있어서, 앞으로 화학 산업에서 중요한 여러 반응에 바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화학연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화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촉매 분야 외에도 열로 전기를 만드는 열전소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위해 맞춤형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화학소재 개발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nbgko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