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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속도조절”-與 “개혁강행”…이번엔 ‘중수청’이 뇌관
뉴스종합| 2021-02-24 11:37

여당이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나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을 두고 당정청 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공개하며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여당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강행 목소리가 커지며 여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24일 복수의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특위는 검찰의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소청법’과 ‘검찰청 폐지 법률안’ 등을 보완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오는 6월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 특위 소속 의원은 “문재인 정부 내내 검찰의 방해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특위 내 의견이 강하다”며 “애초 목표했던 상반기 내 처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논의를 주도 중인 황운하 의원도 이날 “올해 상반기 내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하반기부터 대선 국면으로 가고 이후 현안으로 등장하기 쉽지 않다”라며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하게 된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얘기할 정도면 문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 풀어야 할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중수청 설치 문제로 검찰과 마찰을 빚는 모습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때 했던 검찰과의 합의를 바로 뒤집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법사위에 올라온 검찰청 폐지 법안에 대해서도 ‘국가 수사 역량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평가가 필요하다’는 전문위원 의견이 있었다. 쉽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특히 대통령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를 축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특위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 출연해 “속도를 조절하라는 얘기를 제가 공식이나 비공식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며 “애초 우리가 세웠던 목표는 ‘늦어도 6월에는 통과시키자’ 였다. 특위 차원의 법안 발의 역시 아무리 늦어도 3월 초에는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 내 강경파가 중수청 설치를 두고 엇박자를 내며 다른 검찰 개혁 과제 역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출범했어야 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야당 반대 탓에 인사를 진행하지도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수청 논란이 겹치면 문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당 지도부에서 말하고 있는 속도와 특위가 말하는 속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좁혀나갈 수 있는 범위기 때문에 우선 대화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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