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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가방이 3천원” 가상 명품백에 빠진 10대들
뉴스종합| 2021-07-28 19:02
구찌는 올 2월에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 제트(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60여종의 의상과 신발, 가방 등을 공개했다. [네이버제트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명품백, 부동산 가상에 빠진 10대들, 괜찮은가?”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부동산, 가상 재화 등 메타버스 세상이 진짜 현실 세상을 넘보고 있다. 특히 10대들이 푹 빠졌다. 가상 현실을 즐기는 이들의 절반 가량이 10대일 정도다. 일각에선 청소년들이 가상 현실에 지나치게 빠져 현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28일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티디아이)에 따르면 올해 6월 네이버 증강현실(AR) 기반 3차원 애플리케이션 제페토의 설치율이 연초 대비 16.1% 가량 증가했다. 5월 들어 8.6%로 껑충 오르더니 6월 들어 설치율이 더 크게 급증했다. 제페토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명품백, 화장품 등을 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설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단연 Z세대가 압도적이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TDI 분석 결과 제페토를 설치한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10대로 나타났다. 그 뒤를 40대(20%), 20대(13%), 30대(9%), 50대 이상(3%) 순이다.

제페토와 컬래버레이션한 디올. [네이버제트 제공]

최근 제페토를 설치하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어난 배경엔 제페토의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제페토는 올해 들어 명품 브랜드 ‘구찌’, ‘크리스찬 디올’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아바타를 위한 명품 아이템을 선보였다.

현실에서 200만원에 판매되는 구찌 가방이 제페토에선 3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디올 화장품도 현실에선 5만~1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가상 공간에선 500원만 있으면 풀 메이컵을 할 수 있다. 이에 10대 청소년들이 현실에선 갖기 힘든 고가의 명품 제품을 가상의 ‘아바타’에 입혀주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대 청소년들이 가상 현실에 열광하며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외모도 이들을 타깃으로 제작되고 있다.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수백개의 얼굴을 조합해 하나의 얼굴로 합성해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 릴 미켈라라는 이름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83%가 24세 이하 Z세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가상 현실이 빠르게 현실을 침투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칫 ‘메타폐인’과 같은 가상 현실 중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다.

주용완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 기업은 이용자가 과몰입 폐해를 이해하고 서비스에서 제대로 된 실리적인 만족감을 추가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이드 등을 제시해 건강한 생태계 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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