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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카오 박차고 3조원 대박” 동네 사로잡은 주인공 알고보니
뉴스종합| 2021-08-18 18:41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당근마켓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방구석 물건들로 3조원 기업 만들었다!”

집안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물건들로 ‘3조원 대박’을 이끌어 낸 남자가 있다. 바로 김용현(44) 당근마켓 공동대표다. 판교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중고 장터를 넘어 국내 대표적인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가 됐다. 이미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도 확장 중이다.

18일 당근마켓은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무려 3조원. 2019년 투자 때만 해도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던 몸값이 2년 만에 10배 이상 껑충 뛰었다.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해 일군 결과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굵직한 대기업을 거쳤다. 화려한 이력 속에는 숱한 실패의 순간이 반복됐다. 창업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빛조차 보지 못했고, 야심차게 도전한 기획은 해체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이 같은 역경을 딛고도 김 대표는 3조짜리 ‘동네 플랫폼’을 키워 스타트업계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상사맨→기획자→CEO 연속 실패…“함께 버틸 공동창업자 소중”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당근마켓 제공]

김용현 공동대표의 첫 직장은 삼성물산이었다. 2003년부터 해외영업팀 등을 거치며 직접 부딪히며 일하는 ‘상사맨’이었다. 그러다 2007년 돌연 IT기업 네이버에 입사해 IT 서비스 기획자로 변신했다. 네이버에 근무하면서도 2번이나 창업을 시도했다. 자동차 리뷰 스타트업과 맛집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안정된 직장 속에서도 창업 도전에 나섰지만 실제 서비스 출시조차 안 되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자동차 리뷰 스타트업은 함께 한 네이버 동료가 일본으로 발령이 나며 흐지부지됐다. 6개월 동안 외주로 개발을 맡기며 진행한 맛집앱은, 운영 자금 부족으로 출시가 무산됐다.

실패를 통해 공동창업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을 하며 3년 정도를 성과없이 비전 하나로 버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공동창업 멤버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당근마켓 제공]

2011년,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로 발길을 돌렸다. PC 다음은 모바일이라는 판단이었다. ‘카카오플레이스’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았다. 카카오톡 친구 관계를 기반으로 맛집·카페·여행지 등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TF는 성과가 나지 않아 결국 해체됐다.

좌절 속에서도 귀한 인연을 얻었다. 당근마켓 공동 창업자 김재현 전 씽크리얼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제가 개발을 할 수 없는 기획자 출신이다보니 사업가 마인드가 있는 개발자 공동창업자를 찾는게 필수였다. 많은 실패 속에서도 김재현 공동대표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2015년 1월, 카카오를 박차고 나왔다. 다음과 합병할 즈음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망이 일었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에 착안, 판교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판교장터’를 열었다. 네이버에서 지역 검색 서비스를 담당하던 정창훈 현 당근마켓 CTO(최고기술경영자), 김재현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했다. 3인의 자본금은 5억원. 김 대표는 카카오가 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을 종잣돈으로 삼았다.

‘하이퍼 로컬’ 개척한 당근마켓…해외로도 확장 가속
당근마켓의 시작이었던 '판교장터' 앱 서비스 화면 [당근마켓 제공]

판교장터는 서비스 개시 몇 개월 만에 ‘당근마켓’으로 탈바꿈했다. 판교 IT기업 직장인 대상 서비스였지만 “서비스를 개방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서비스 지역을 분당으로 넓히고 참여층도 직장인이 아닌 지역민으로 확대했다. ‘당신 근처’라는 뜻을 담은 당근마켓이라는 이름도 그때 만들어졌다.

당근마켓은 IT기술 고도화로 플랫폼 경쟁력과 신뢰를 높였다. 거래 금지 물품 식별과 물품 추천을 머신러닝 기술로 해결했다. 술, 담배, 동물, 명품 모조품(짝퉁) 등 팔려서는 안되는 물건은 물론 상업적 광고, 사기성 게시글도 인공지능(AI)이 걸러낸다.

매너 온도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판매자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개인 전화번호 노출없이 채팅방에서 곧바로 통화를 하는 ‘당근전화’를 최근 선보이는 등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당근마켓 제공]

하반기는 로컬 커머스 강화에 본격 나선다. 지역 상권과 주민을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해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 소상공인들이 통해 활발하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다.

아울러 청소, 반려동물, 교육, 편의점 등 전문 업체와의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영역도 강화하고, 당근마켓 해외 버전인 ‘캐롯(Karrot)’ 확장에도 나선다.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4개국 72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로컬 비즈니스는 해외 시장에서도 고도 성장중인 분야다. 사업 확장성을 바탕으로 로컬 슈퍼앱으로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근마켓은 21세기형 동네 생활의 모습을 담아내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며 “지역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로 교류와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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