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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이재명 vs ‘스트롱’ 윤석열…운명의 TV토론이 온다
뉴스종합| 2022-01-14 10: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이 TV토론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면서 대선 정국 최대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두 후보가 직접적으로 맞붙는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기도 선거운동의 ‘골든 타임’으로 꼽히는 설 연휴 전으로 결정되면서 유권자들의 주목도와 양당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TV토론은 유권자로 하여금 기존의 지지를 확고히 다지고 상대 후보를 공격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사실상 TV토론 때문에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대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인데도 중도층/부동층 비율이 어느 때보다 높다. 양자토론에 나서는 거대양당의 대선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역대급’인데다,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한 응답도 적게는 30%, 많게는 50%에 육박한다. 그만큼 두 후보 모두 TV토론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14일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TV토론 관전 포인트로 ▷토론 스타일과 태도 ▷네거티브 공방 ▷민생정책 대결 등을 꼽는다.

일단 두 후보의 어법은 극명히 대조된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뛰어난 정책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안별로 핵심을 짚어내는 논리력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윤 후보는 선명하게 노선을 제시하고 강한 어조로 주장을 펼쳐낸다. 이 후보가 ‘스마트’ 하다면, 윤 후보는 ‘스트롱’ 하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이 후보가 타율1위의 타격왕이라면 윤 후보는 거포형 홈런왕이다. 이 후보가 제구력 투수라면 윤 후보는 강속구 투수다.

이 후보는 ‘달변’과 ‘디테일’이 강점이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거치며 쌓은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공약에서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19대 대선을 비롯해 여러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토론을 경험하며 쌓은 노련함도 경쟁력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본인의 무지를 드러낼까 기피하는 것이냐”며 수차례 윤 후보에게 토론을 압박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후보는 정책 측면에서 윤 후보의 준비부족을 부각 시키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지장(智將)’이라면 윤 후보는 ‘용장(勇將)’에 가깝다. 정치에 뛰어든 기간이 짧은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언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솔직한 화법과 우직하게 직진하는 스타일이 장점으로 꼽힌다. 당내 경선 당시 16번의 토론을 거치는 동안 토론이 약할 것이란 선입견을 깨고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맷집’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에서 “윤 후보의 강점은 원칙 있는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내는 것”이라고 하는 이유다. 기본소득, 전국민 재난지원금, 국토보유세 등 이 후보의 잦은 입장 변화가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두 후보의 스타일 차이는 네거티브 공방에 돌입하면 더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윤 후보의 경우 부인 김건희씨를 비롯한 처가 관련 의혹이 나란히 발목을 잡고 있다. 양측은 TV토론의 주제를 ‘국정 전반’으로 합의했지만, 첫 토론인 만큼 각자의 약점에 대한 공격 역시 잇따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지나치게 네거티브에 집중할 경우 두 후보의 비호감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여론이 유리해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로에 대한 토론 태도가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로서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 여부가 상당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 후보의 경우 정책공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있지만, 토론 태도에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몰아붙이거나 깐죽거리는 태도를 보인다면, 윤 후보는 솔직하게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지만 감정조절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화나 토론, 강연 등에서 실제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은 7%에 불과하고, 태도나 자세(attitude)가 20%, 표정이 35%, 목소리가 38%를 차지한다는 ‘멜라비안의 법칙’도 있다.

엄 소장은 “실제로 정책공약을 뽐낸 이 후보도, 다소 감정 조절에서 미흡했던 윤 후보 모두 당내 경선 당시 토론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상당수 국민들이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후보)에 공감하는 경향도 토론 전략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본격적인 민생정책 공약 대결에 들어간 만큼 관련된 토론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2월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 확대도 쟁점 중 하나다. 최근 윤 후보가 던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논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발(發) ‘멸공’ 논란 역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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