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작은 힘이나마 보태 큰 보람”...경찰도 피해 복구 비지땀
뉴스종합| 2022-08-12 11:18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인근 폭우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부유물(위쪽 사진)과 짐을 옮기고 있다. 김희량 기자

“다 같이 옮기면 돼! 하나, 둘, 셋!” 115년 만의 폭우가 내린지 닷새째인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인근 복구 현장. 목 뒤로 흐르는 땀줄기를 닦으며 경찰관들이 하천 주변 유류물을 옮기는 데 정신이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12일 폭우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해 10개 경찰 기동대와 의경 65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복구를 돕고 있다. 도림천은 폭우가 심했던 지난 8일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2m 가까이 물이 차올라 안내판, 계단, 산책로 간 연결다리 등이 모두 잠겼다.

당시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던 유모(32) 씨는 “키보다 높은 구조물까지 다 잠겼다”며 “병원 차량도 갇히고 경보기와 대피 문자까지 와 무서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날 주위를 둘러보던 김모(71) 씨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끝없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불안 속에 잠들지 못했다”면서 “길 위까지 휩쓸려온 고무 아스팔트를 보면 지금도 겁이 날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투입된 경찰관, 구청 직원 등은 쓸려 내려온 각종 나무와 쓰레기와 꺾여진 방지턱 등 잔해물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복구에 참가한 윤민현 제42기동대 제1제대장은 “현장에 나와보니 피해가 상상 이상이란 걸 또 한번 느낀다”면서 “폭우로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관들은 침수 피해를 입은 인근 사당 1~4동, 신대방 1동 반지하 가구 등을 찾아 각종 물건을 치우는 일도 돕고 있다.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인근 주택가로 들어가는 통로들은 쓰레기더미가 도로의 절반 이상 차지한 채 가득 쌓여있었다. 폭우 뒤 군 장병들이 냉장고 등 부피가 큰 가구들을 함께 이동시켰으나 여전히 빼내지 못한 짐들이 많아 주민들은 걱정스러워 보였다. 주민들이 내놓은 짐 탓에 차량 통행이 불가했을 뿐 아니라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반지하 가구들의 정전과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쓰레기더미를 정리하던 한 주민은 “방을 말려야 하는데 보일러와 정전 문제로 한 달 이상 걸릴까 큰 걱정”이라며 “무더위가 와도 선풍기도 켤 수 없고 냄새가 심해 창문도 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영화(57) 씨는 “옷들이 다 젖어 같은 옷을 일주일째 입고 씻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안에는 음식물이 불어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혼자서 짐들을 빼내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센터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인근 학교로 이동한다 는데 자꾸 와서 집을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의 주민들의 경우 복용하던 약들마저 물에 잠겨 건강 이상을 겪고 있다. 고혈압과 통풍을 앓고 있는 주민 B(63) 씨는 일주일 동안 약을 먹지 못해 몸 떨림이 심해진 상태다. B씨는 “평소 혈압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병원 갈 새가 없어 오늘(12일)에야 약국을 간다”면서 “저 같은 사람들이 이 동네 많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 박모(51) 씨도 “한전(한국전력)에 폭우 첫날일 8일 저녁 연락했지만 지연된다는 문자만 왔다”며 “나이 드신 분이 여기 많이 사시는데 혼자서 아무리 해도 할 수가 없어 도움이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피해가 심한 관악신사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모(34) 씨도 “쓰레기들이 날마다 계속 쌓여 차를 뺄 수가 없다. 대중교통으로 내내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관악구청에서는 경찰, 군인, 봉사자, 구청 직원 등 총 2600명 가까이 투입해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주말에도 최대한 인력을 투입해 지원하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구호 물품의 원활한 지원 등 수시로 상황을 확인해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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