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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안철수 ‘도 넘었다’ 판단...당무개입 논란은 부담
뉴스종합| 2023-02-06 11:30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 참석한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왼쪽)와 안철수 당 대표 후보.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국정운영의 적”, “무례의 극치”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실도 참모들도 일제히 안 의원을 때리고 나섰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특정 당권주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발언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뇌관’은 ‘윤안(尹安)연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라는 표현이다. 안 의원이 해당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역력하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안 의원의 해당 발언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안연대’를 띄웠던 안 의원은 최근 ‘윤핵관’을 거론하며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감지된다. 전날 오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러 국회를 방문한 이진복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윤안연대’와 관련해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나.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며 “지금은 당대표를 뽑는 선거지, 대통령 후보 선거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안철수)후보 자신과 동률로 세워놓고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후보도 잘 알 것”이라며 ‘윤핵관’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와 또한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그간 당권주자 등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전당대회와 거리를 뒀던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돌연 안 의원과 정면충돌하기 시작한 것은 요동치는 전당대회 판세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후 안 의원과 김기현 의원 사이 지지율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심심찮게 나온다. 나 전 대표 지지층이 안 의원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 과정과 이후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역임하는 동안 누적된 윤 대통령의 불신과 섭섭함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안 의원을 비난하는 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 전해지고 대통령실 참모들이 일제히 안 의원을 공격하면서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전당대회까지 약 한 달여 기간이 남은 만큼, 해당 논란이 당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대표 선거에 아무말 하지 않던 대통령을 먼저 끌어들인 것은 안 후보”라는 입장이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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