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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의 현장에서] 불편한 손님 넷플릭스
뉴스종합| 2023-06-19 11:09

“한국 시장에서 7733억원을 벌어들인 넷플릭스가 고작 33억원의 법인세를 내는 사이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망 이용료·세금·규제 3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콘텐츠 생산을 위해 투자비용을 줄일 수도 없으니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의 방한을 앞두고 최근 현장에서 만난 국내 한 OTT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3조3000억원의 투자라는 ‘선물’과 함께 7년 만에 한국을 찾는 서랜도스 CEO에 대한 국내 OTT업계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불편한 손님’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국내 OTT업계가 느끼는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OTT업체와 동등한 경쟁이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가 망 이용료 부담이다.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OTT업체들은 콘텐츠 화질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2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망 비용을 통신사업자에 각각 지불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은 망 이용대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미 인터넷을 처음 연결한 국가에 접속료를 내고 있다’며 통신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역차별은 콘텐츠 투자 재원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법인세 회피 논란도 ‘역차별’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77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31억원에서 33억원으로, 6% 증가했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매출은 약 5200억원, 법인세는 84억원을 넘어선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대비 더 벌어가면서 세금은 덜 낸 까닭은 매출원가와 관련이 있다. 넷플릭스가 매출원가를 전년(5335억원)보다 많은 6772억원으로 책정하며 영업이익이 16% 감소한 143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넷플릭스 본사의 최근 3년 동안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60%대 초반 수준이지만 한국 법인의 매출원가는 이보다 20%포인트 이상 많다. 뿐만 아니라 2020년 81.1%, 2021년 84.5%, 2022년 87.5%로, 해마다 증가세다. 넷플릭스가 높은 매출원가를 통해 실제 매출보다 법인세를 적게 납부한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대표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2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3년간 경쟁하며 쌓은 누적 적자만 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OTT 운영사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종 OTT 및 미디어 육성에 52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은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 데에서 시작한다. 국회에는 아직도 넷플릭스 등 빅테크의 망 이용료 부과 관련 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토종 OTT의 지원에 앞서 불공정요소를 바로잡는 것이 선행되기를 기대해본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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