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경복궁 담벼락에 또 ‘낙서’...모방범죄 추정
뉴스종합| 2023-12-18 11:25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낙서 테러를 당한 가운데 18일 오전 새 낙서가 발견된 서울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왼쪽)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지 하루 만에 또 다른 ‘낙서 테러’를 당했다.

1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에 또 다른 낙서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 일대에서 낙서 테러가 발생한 뒤 인근에서 하루 만에 또 낙서 범죄가 자행된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새 낙서가 발견된 곳은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다. 낙서는 가로 3m, 세로 1.8m 가량의 크기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영문과 한글을 섞은 여섯 글자로,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이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육안상 기존 범행을 모방한 다른 인물 1명으로 짐작되나, 검거를 해야 기존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가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112신고 접수 후 즉시 현장에 출동해 용의자 동선을 추적하고 가림막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16일 첫 번째 ‘낙서 테러’ 범행에서는 붉은색,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더불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TV’, ‘△△’ 등의 문구가 반복적으로 새겨졌다. ‘△△’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뒀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메인을 바꿔가며 운영하다 27차례나 차단된 후 4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TV’ 또한 유료 영상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추측된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담벼락 앞을 서성이며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모습이 찍혔다. 낙서를 한 뒤에 인증샷까지 찍었다. 경찰은 이날 낙서를 저지른 용의자는 2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당일 오전 1시 42분께 영추문 담장에 낙서를 한 뒤 1시 55분께 고궁박물관 쪽문 쪽 담장, 2시 44분께 서울경찰청 동문 쪽 담장을 차례로 훼손했다. 고궁박물관 쪽문 좌측 낙서는 가로 8.1m에 높이 2.4m, 우측은 길이 30m에 높이 약 2m 크기였다. 높이는 2~4m로 성인 키를 넘어서며, 훼손 구역은 가로 길이만 약 44m에 달한다.

현재 지능팀과 형사팀이 합동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용의자들이 주도면밀하게 수많은 CCTV를 피해 도주한 탓에 추적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양쪽 혐의를 모두 고려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부터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유산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이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복구작업을 하는 중에 바로 옆에서 유사 범행이 이뤄진 셈이다.

스프레이가 담장에 스며들면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파에도 복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추워진 날씨가 변수다. 복구에는 레이저 세척과 화학 약품 처리 방법이 동원됐다. 낙서를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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