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단독]응급실 대란 ‘겨울에 또 온다’ 우려↑…호흡기·심혈관 환자 급증
뉴스종합| 2024-09-27 10:00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은 겨우 버텼지만, 응급실 비상 상황은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소아 응급실 관련 안내 배너가 놓여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올해 가을과 겨울 또한번의 응급실 대란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질 경우 뇌혈관 질환 등 응급대처가 절실한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데, 현재의 응급실 상황은 피로도 누적으로 인한 의사 이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이 오면 호흡기 질환·심혈관 질환 환자 등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뇌출혈·심혈관 환자가 응급실을 찾은 수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1월에 집중됐다. 최근 5년간 3월부터 8월까지 뇌출혈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595명이었지만, 9월부터 2월까지는 642명으로 약 8%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심혈관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역시 최근 5년간 3월부터 8월까지는 140명 수준이었으나, 9월부터 2월까지는 164명으로 17%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흡기 질환의 경우 가을과 겨울, 특히 12월에 집중된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가을·겨울(1·2월 9·10·11·12월) 급성호흡기감염증(인플루엔자) 환자는 8572명으로 봄·여름(3월~8월) 환자 5356명보다 60%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플루엔자 환자 수가 적었던 2020년~2022년을 제외하고, 2023년 역시 가을·겨울(1·2월, 9·10·11·12월) 급성호흡기감염증(인플루엔자) 환자는 9129명으로 봄·여름(3월~8월) 환자 4079명보다 123% 증가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원래도 질환들이 다양해지고 중증 환자가 많이 생기는 계절이 가을과 겨울”이라며 “찬바람이 불면 인플루엔자가 돌고, 뇌경색·뇌출혈·눈길 교통사고 등이 빗발친다. 겨울을 앞두고 정부는 과연 무슨 대책이 있고, 응급 의료 종사자들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 어떤 유인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월별 뇌출혈·심혈관 질환 관련 응급실 내원환자 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 제공]

의료계 전반에서도 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이는 올 가을·겨울이 더 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형 수련병원 34곳 응급의학 전문의 89명 중 62명(69.7%)이 “추석 연휴 기간 전후 최대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다”고 답했다. 16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5명(16.9%)에 달했다.

전의교협 측은 “16시간 넘게 깨 있을 경우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20시간이 넘으면 음주운전과 비슷한 상태가 되면서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련병원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당 조사에서 응급의학 전문의 2명 중 1명은 사직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사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46명(51.7%)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피로도가 누적되며 응급의료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고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인력난으로 인한 응급실 운영 중단도 계속되고 있다. 충북의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피로누적으로 10월부터 주 1회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국 411개 응급실 중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응급실 등은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혼란이 지속되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

현장에서는 현재 정부의 보상만으로는 현재 응급실 위기를 쉽사리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도권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문의 A씨는 “그동안 신념을 갖고 일하던 의사들이 지쳐서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라며 “이대로는 응급실 붕괴는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을 재건하려면 신뢰가 돌아와야 한다. 당직비나 수가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배후진료를 포함한 필수과 재건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실 체계를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응급의료 분야 형사처벌 면제,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 등을 통해 응급실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간신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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