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30억 아파트 있어도 자산유동화 고민 줄일 ‘신탁’ 필요”
뉴스종합| 2024-09-27 11:20

“베이비붐 세대는 유일하게 자녀보다 돈이 많은 부모세대이기도 하고, 또 위로는 90대의 고령 부모를 모시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까지...베이비부머들이 신탁 서비스를 찾는 이유입니다.”

하승희 하나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 팀장은 상속 전후의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센터에서 ‘상속과 증여’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하나은행의 유언장 집행 및 유산정리 서비스 런칭을 총괄했으며 개인의 상속·증여, 미성년자녀의 재산보호, 기업의 승계 등의 상담 전문가다.

하 팀장은 최근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 출생)를 중심으로 신탁 상담을 찾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인구의 32%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고령층 편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고령 인구의 증가는 상속시장의 양적 규모 확대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자산 승계시장의 성장이 가속화 될 거라는 의미다.

하 팀장은 신탁의 중요성이 베이비부머들의 자산 형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 비중은 대부분 부동산이 높은데, 부동산을 잘 물려주기 위해서는 절세·증여·상속세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는 간병인을 고용하고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월 1000만원까지도 필요한 시대”라며 “단순히 부동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임대소득으로는 충당이 어려울 수 있고, 목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30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어도 간병인 월급이 없으면 삶이 지속가능하기 힘들다”며 “자산을 어떻게 유동화시킬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을 덜어주는 게 바로 신탁 서비스”라고 했다.

최근 상속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어 금융기관의 대응도 이에 따라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보유 자산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의 자산이전도 활성화되는 중이다.

특히 구하라법(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민법 개정안), 유류분 제도 일부 위헌 판단 등 상속에 대해 당연시 되던 기준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속관련 분쟁도 증가 추세라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단 제언이다.

하 팀장은 “상속을 위한 자산 매각 등에도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신탁사는 계약을 통해 상속을 위임받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시로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는 2021년 천안함 전사자 미망인의 사망으로 홀로 남은 미성년 자녀를 위해 모아진 국민성금의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를 위해 후견인과 미성년후견지원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법무법인 가온을 신탁관리인으로 선정했다.

미성년후견지원신탁은 불의의 사고나 이혼·재혼 등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미성년 자녀의 자산을 성년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관리해 어린 자녀가 안심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상품이다.

천안함 전사자의 부인이 최근 암투병 중 별세하면서 고교 1학년인 아들이 홀로 남겨진 사연이 전해지자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성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다. 하나은행은 계약을 통해 모여진 성금을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관리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별도의 신탁관리인을 선정해 향후 성년이 될 때까지 계약내용이 적절하게 수행되는지 확인하고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신탁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하 팀장은 “신탁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상속자들끼리의 사소한 의견 다툼도 사전에 차단해 유언자의 의견을 집행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신속한 상속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다음 달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 플라츠에서 개최하는 ‘머니페스타’에서 ‘신탁을 활용한 상속설계’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이날 하 팀장은 인지기능의 저하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고령층의 자산관리와 보호의 기능, 미성년자녀 장애인 가족들의 재산 보호, 해외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 있는 경우의 상속 처리 등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 다양한 상속설계 및 자산의 관리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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