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베스트 드라이버? 스마트폰에 물어봐
뉴스종합| 2011-05-27 09:51
# 사무실을 나서는 것조차 두려울 만큼 뜨거운 햇볕 아래 A 씨의 차는 한증막이 된 지 오래다. 오후 외근을 나갈 A 씨는 사무실 창문으로 주차장을 바라본다. 이 ‘한증막’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앞선다. 시동을 걸려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아뿔싸, 키를 책상에 놓고 왔다. 얼굴엔 벌써 땀이 범벅이다. 우여곡절을 끝에 시동을 걸고 액셀 페달을 밟았다. 어째 탐탁지 않다. 트립으로 주행거리를 보니 오일을 갈아야 할 때를 훨씬 넘겼다. ‘오일 말고 또 점검할 게 뭐였지?’ 차량 안내 책자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툴툴거리는 A 씨를 지켜보던 B 씨, 이미 5분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시동을 걸어놨다. ‘지금쯤 시원해졌으려나’, 앱에서 메시지가 떴다. 엔진오일을 갈 때라고 한다. 5000㎞, 1만㎞ 시기마다 빼곡히 체크해야 할 정비항목, 외우는 건 포기했고 까먹기도 일쑤였다. 앱을 통해 시기를 알아서 알려주니 굳이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에코 드라이빙은 기름값 절약의 키포인트. 앱에서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경제운전 가이드에 따라 천천히 액셀 페달을 밟는다.

가상으로 꾸며 본 회사원 A 씨와 B 씨의 단상이다. 이들은 2011년 동시대에 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A 씨는 스마트폰 문외한이고, B 씨는 스마트폰 마니아일 뿐.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은 ‘손안의 자동차’를 현실로 바꿔놓고 있다. 앱으로 차량을 홍보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운전습관을 체크하고 직접 차량 성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원격으로 시동을 걸거나 윈도, 차문을 열고 닫는 일도 앱에선 가능하다. 가상 레이싱으로 차량을 즐기고, 신규 차량 행사 안내가 궁금할 때는 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살짝 구미가 동했다면 아래 정리한 갖가지 차량용 앱의 세계를 살펴보자. 물론 스마트폰이 없는 아날로그 운전자에겐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내 차의 성능이 궁금하다, 제로백부터 코너링까지 앱으로 간단하게
=BMW가 선보인 ‘BMW 엠 파워미터’는 차량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자동차의 제로백(0~100㎞/h) 도달시간, 운행 중 속도나 횡가속도, 종가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속도 구간별로 시간대를 자동으로 나눠주니 구간별 속도 측정도 가능하다. 코너링 시 횡가속도 측정 등 다양한 동력 성능을 측정할 수 있다. 

차문을 열고 닫거나 시동을 거는 앱도 눈길을 끈다. 지엠이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출시하면서 선보인 ‘스마트폰 온스타’는 원거리상에서 차량문을 계폐하거나 시동을 거는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 잔량이나 충전시간, 주행가능 거리 등 전기차 특성을 반영한 차량 이용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5G그랜저의 ‘모젠 스마트폰 앱’도 원격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고, 지도 및 증강 현실을 활용해 주차 위치도 확인해준다.

예를 들어 대공원 등에서 차량 주차 위치를 모를 경우 스마트폰 앱으로 위치를 확인하면 되며, 차 키를 놓고 왔을 경우 앱으로 차문을 열 수 있는 식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차량 근처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이동통신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치 아픈 차량ㆍ운전 관리, 앱으로 한 번에
=앱으로 복잡한 차량 관리나 운전 관리, 차계부 작성 등도 가능하다.

르노삼성의 ‘드라이빙케어’는 연비, 정비 이력, 차량 유지비, 소모품 교환주기 등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

르노삼성 측은 “차량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누구나 손쉽게 차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K5 앱은 엔진 및 변속기, 차량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행 중 운전 상태를 분석해 경제 운전을 안내하는 ‘에코 드라이빙’ 기능도 탑재했다. 모바일 웹과 연동해 차계부도 작성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차량 진단 및 차량 정보 수집장치 모칩(Mochip)을 통해 차량의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전송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은 필수, 갖가지 정보도 가득=업체마다 브랜드 앱과 함께 차량별 앱을 출시하고 있다. 개별 차량이나 업체에 특화한 정보나 기능을 활용하고 싶다면 관련 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지엠은 한국지엠 모바일과 쉐보레 런처란 2개의 브랜드 앱을 운영 중이다. 제품사진이나 신차정보, 전시장 찾기 및 제품 견적 확인 등을 제공한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선 앱으로 신차발표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앱으로 차량 정보와 함께 국내외 모터스포츠, 유명인 인터뷰, 패션전문가의 스타일 가이드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다양한 정보를 앱으로 담았다.

폴크스바겐은 차량 모델을 주인공으로 한 자동차 레이싱 게임 앱도 선보였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로코R나 폴로 모델을 알리면서 차량 성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취지다.

차종에 장착된 각종 첨단기술을 가상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미지ㆍ콘텐츠를 제공하는 앱도 출시된 상태다.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출시한 ‘Jeep 캠핑’은 다양한 오토캠핑 및 오프로드 드라이빙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다.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오토캠핑 및 아웃도어 레저 활동을 즐기는 유저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담고 있고, 오프로드 주행 기술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김명기 한국GM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팀장

“실내소음·가속력 측정서 모의 레이싱까지…앱 잠재성 무궁무진”


김명기 한국지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회사와 고객을 이어주는 ‘온라인 전도사’다. 한국지엠이 펼치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애플리케이션으로 사고 위치를 알려주고 시동을 걸거나 창문을 여는 등 자동차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가 애플리케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잠재력 때문이다. 24시간 항상 곁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란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김 팀장은 “스마트폰과 앱을 활용하면 자동차에 다양한 부가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카’를 스마트폰과 앱이 앞당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앱은 주로 제품 소개 및 회사 안내, 간단한 차량 정보 제공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차량용 앱은 모바일 기술을 접목해 차량 제어 기능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그는 “현재 앱이 기존 홈페이지의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하거나 스마트폰 자체에서 갖고 있는 GPS, 중력센서 등을 활용한 기능 등을 선보이고 있지만 점차 빠르게 모바일을 활용한 차량용 앱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2010년 선보인 지엠 전지자동차 쉐보레 볼트의 ‘스마트폰 온스타’를 예로 들었다. 전자통신시스템 ‘스마트폰 온스타’는 스마트폰과 볼트를 연결해주는 앱으로 이를 활용하면 자동차 배러티 잔량, 배터리 충전 소요시간, 주행 가능 거리 등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 윈도를 열거나 시동을 거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자가 자동차와 떨어진 곳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차량 정보를 확인하면서 제어도 가능한 셈이다.

그는 “시동을 걸거나 창문을 여닫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위치를 전송하거나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제어할 수 있는 ‘맞춤형 앱’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앱이 각광받는 것은 자동차 앱의 높은 충성도 때문이다. 일회성이나 흥미 위주가 아닌 차량을 보유하는 한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자동차 시장에서 앱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김 팀장은 “업계에서도 고객이 차량을 보유하는 기간 지속적으로 고객 및 제품을 관리한다는 목표로 앱을 개발하고 있다”며 “실내 소음 측정, 가속력 측정, 자동차 모의 레이싱 등 운전에 특화한 앱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지엠도 연내 국내 최초로 자동차 레이싱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베오를 모델로 한 아이패드ㆍ아이폰용 앱으로 현재 개발 중이다. 지엠의 글로벌 제품 개발 전략에 따라 한국에서 개발되면 전 세계에 함께 생산ㆍ판매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 버전뿐 아니라 영어 버전도 개발한다.

김 팀장은 “스마트폰의 무궁무진한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때 자동차업계 마케팅에 아이팟 열풍이 불었지만 앞으로 스마트폰ㆍ앱과 자동차의 접목이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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