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인도네시아, 한국 섬유산업의 新메카로 자리잡다
뉴스종합| 2011-05-29 11:03
【자카르타= 정태일 기자】오늘 목표치 2280장, 현재 목표치 2024장. 소형 전광판에 오늘의 할당량이 붉은 숫자로 적힌 가운데 맨 밑의 붉은 숫자가 쉴새 없이 올라갔다. 1475장, 1476장, 1477장. 티셔츠 한 장이 완성될 때마다 현재 결과치가 하나하나 더해졌다. 한 라인에서 옷 한 벌이 완성됐고, 각 라인별로 구성되는 공정 수만 해도 20~35개에 달했다. 각 공정에는 봉제 작업자 한 명씩 붙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각자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원사 검사, 커팅, 품질평가, 묶음작업 등 일련의 과정들이 분주하게 진행됐다. 퇴근 시간인 5시가 다가오자 현재 목표치에서 단 몇 장 부족한 2000여장이 전광판에 기록됐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내에 섬유공단이라 불리는 KBN(까비엔) 공단. 바로 이곳에 한세실업의 인도네시아 법인 중 하나인 우타마 법인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2005년 설립된 우타마 법인에는 총 4개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데 그 중 3개는 니트 공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븐 공장이다. 섬유 조직을 짜는 방식에 따라 니트와 우븐으로 분류되는데 니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면티셔츠 종류이고, 우븐은 수트 내에 입는 드레스셔츠에 사용되는 섬유다.

우타마 법인에는 40개의 니트라인과 12개의 우븐라인이 들어서 있고, 직원수만 3500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제품은 무려 2만5000여 장. 한세실업은 지난해 우타마 법인에서 8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이보다 늘어난 1억2000만~1억3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차로 두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뿌르와까르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도로는 좁고 주변은 소규모의 부락들만 밀집된 곳이지만 이곳에 세아상역의 야심이 가득 담긴 공장이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는 바로 세아상역의 인도네시아 세번째 법인인 윈텍스타일의 원단생산시설(Fabric Mill)을 설립하는 공사다. 


윈텍스타일 법인에 총 4개 동의 공장이 들어서는 2015년이 되면 우리 섬유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편직, 염색을 거쳐 원단을 직접 만들게 된다. 5월 현재 60% 공정률을 기록 중인 윈텍스타일 법인은 4개 동의 골조가 완성된 가운데 염색 동은 지붕이 설치되 공장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염색 공정에 필수인 공업용수는 부지 윗편의 자띠루후르 호수에서 끌여다 쓸 수 있도록 배관 시설을 마친 상태다. 또한 염색 후 배출되는 폐수를 자체 처리할 수 있도록 정화시설도 절반 이상 공사를 마친 상태였다. 이밖에 직원들의 기숙사동과 종합관제사무실도 형태를 띠고 있었다.

세아상역은 오는 10월 1차로 공장을 가동해 하루 3만5000㎏의 원단을 생산하고, 2015년에는 일일 생산령 26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한세실업, 세아상역을 비롯해 신원, 한솔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 업체들이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의류봉제 분야의 생산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말 누적기준 한국의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총 투자액은 5억9000만 달러로 이 중 섬유가 2억9000만 달러, 봉제가 3억 달러를 기록했다. 법인수도 섬유가 90개 봉제가 159개로 봉제 법인수가 압도했다.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90%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라, 갭, 아베크롬비 앤 피치, 아메리칸이글 등 유명 바이어와 월마트와 타겟, 콜스 등 주요 유통업체로 납품되고 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섬유업체들은 인도네시아가 중국, 베트남에 이은 제3위 섬유투자국이 아니라 이미 중국과 베트남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우수한 자원은 무엇보다 인력이다. 기본급이 월 130~150달러로 아직까지 저렴한데다 원유가 생산되는 산유국이라 연료비 등을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한 법인들은 심각한 인력 유출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 베트남까지도 섬유 인력들이 IT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져 나가면서 섬유산업이 하향하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최근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로의 지속적인 진출을 위해선 극복해야 할 변수들도 자리잡고 있다. 바로 임금과 교통문제다. 임금은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계속 최저임금을 높게 올리고 있어 현지 봉제업체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보고르 지역은 지난해에 비해 최저 임금이 15%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물류 시스템도 신속히 정비되야 한다고 지적됐다. 한 봉제업체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교통 혼잡 개선을 위해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중대형 물류 차량의 자카르타 진입을 통제하고 있어 원단 이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털어놨다.

killpass@heraldcorp.com

 
한세실업의 우타마 법인 니트 라인에서 직원들이 각자가 맡은 공정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세아상역의 윈텍스타일 공장은 오는 10월 1차 가동에 이어 201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