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홍키호테, 집권여당 주류로 올라서다
뉴스종합| 2011-07-05 11:02
어찌보면 인생 자체가 비주류였다. 줄곧 변방을 맴돌던 그가 위기에 처한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 올라서던 날, 그의 승리를 두고 사람들은 “비주류의 승리”,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이라 표현했다.

홍준표(57 4선) 신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그는 주류에서 한발짝 벗어나있는 인생을 살았다. 고교평준화 이전 세대인 그는 TK(대구ㆍ경북) 인재 본산인 경북고를 나오지 못했다. 고려대 법학과가 아닌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검사시절 검찰의 주류이자 정치권과 결탁된 특수부보다는 강력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래서 그는 노태우 정권 당시 최대 권력형 비리로 꼽혔던 슬롯머신 사건에서 선배 검사들을 가차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다.

스타검사로 명성을 날리며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그는 타고난 비주류 DNA를 바꾸기 어려웠다. 4선 경력을 쌓는 동안 갖가지 당직을 맡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엔 당직다운 당직을 맡은 적은 없다.

이런 비주류 인생역정은 취임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조선소 일당 800원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채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에 끌려 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만년 비주류가 주류로 올라서며 토한 한에 가까운 일성이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돼 있기엔 너무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은 말그대로 위기이며 자칫 홍 대표가 난파선의 마지막 선장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맡은 원내대표 시절 당내 갈등 및 갖가지 난제 등을 해결하는 정치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파탄난 민생, 4.27 재보선 패배의 후유증, 당ㆍ청 갈등 등 쌓인 과제가 만만찮다. 특히 친이 구주류와 신주류로 부상한 친박계 그리고 쇄신파 등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데 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뼛속까지 비주류인 인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장한 데 대해 일각의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어디로 튈지모르는 럭비공’, ‘홍(洪)키호테’ 등 그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때때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가 이같은 불안한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선 비주류 시절 겪은 경험을 주류화 시켜 한나라당을 바꿔야 한다. 비주류 경험이 주류화되지 못하고 홍 대표 개인의 콤플렉스로 남을 경우 한나라당은 또 다시 분열과 대립으로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진다. 서민의 아픔, 비주류의 설움을 보듬는 참보수 정당으로 한나라당이 새롭게 설 수 있을지 홍 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