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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쟁 하반기 은행 지각변동 어떻게.. 1편 KB금융지주
뉴스종합| 2011-07-14 10:54
시중은행들의 생존싸움이 치열하다. 대출과 예금 자산을 늘려 수익기반을 탄탄히 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에 여념없다. 글로벌 금융회사 도약을 목표로 경쟁적으로 해외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고객 한 명, 기업 한 곳을 더 확보하기 위해 금융그룹회장이, 행장이 직접 전국 순회 고객방문 행사를 벌이는 것도 다반사다. 혹자는 그래서 ‘금융전쟁’이 본격화됐다고 촌평한다. 헤럴드경제는 주요 시중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 미래비전 등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국내 순위 2위, 세계 순위 74위. 해외 금융 전문지 ‘더 뱅커’는 지난 해 말 현재 총자산과 기본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KB금융그룹을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1위, 리딩뱅크를 자처하던 KB금융그룹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지만 오히려 태연하다.

KB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끄럽지만 인정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문제는 미래다. 최고 수익성과 자산포트폴리오, 안정된 지배구조를 달성해 수년내 글로벌 톱 50위권 내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고 순이자마진율 유지=KB금융지주의 수익전망은 밝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월등한 수익력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의 순이자마진(NIM)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NIM이 1분기 2.85% 2분기 2.65%, 3분기 2.62%, 4분기 2.89% 등으로 2%대에 그쳤지만 올들어서는 2분기 연속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최고 수준의 NIM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중산·서민층의 대출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의 가산금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NIM이 3%대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KB금융지주는 1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2분기에도 7000억~8000억원 수준의 이익달성이 기대된다.

김인 유진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해 연평균 2.9%에 그쳤던 NIM이 올해는 3.2% 수준으로 개선되는 데다 자사주 매각, 구조조정 등의 경영합리화 조치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순이익이 2조원을 훌쩍 넘어 3조원대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이 관건=올 3월말 현재 KB금융지주의 총자산은 344조원. 하지만 은행 자산이 전체의 94.8%를 차지할 만치 그룹 자산의 은행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KB금융이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이다.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경쟁사 대비 자산포트폴리오가 가장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KB금융이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룹위상에 걸맞게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의 자산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KB는 지난 2009년부터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의 낙마 등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흔들린 영향이 컸다. 지난 해 초에는 푸르덴셜증권 인수를 물밑 추진해 성사단계 직전까지 갔지만 인수경쟁에 뛰어든 한화그룹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작년 7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KB는 비은행 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작업에 재돌입했다. 증권,보험 등 업권별 상위 10위 이내 회사를 상대로 M&A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어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ING측에) ING생명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실탄(인수자금)은 충분하다. KB는 최근 자사주 매각으로 1조8000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해 4조6000억원대의 현금자산을 보유하는 등 현재 동원가능한 자금이 6조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증권, 보험업계 상위 5위 이내 회사를 각 1곳씩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인수물망의 회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증권, 보험사 인수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적당한 매물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KB가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어 회장이 최근 해외 현지법인 인수를 통해 중소 규모 은행에서 일약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성공사례를 곧 잘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어 회장이 메가뱅크론을 지지하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 100위권 내의 해외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자산포트폴리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KB금융이 가장 먼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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