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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 경제위기를 경계한다
뉴스종합| 2011-07-14 10:49
정권말마다 경제위기 반복

표에 정책이 좌우되기 때문

기업만 돈이 넘쳐나는 지금

중산층 몰락이 가장 큰 문제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로부터 배운다.”

얼마 전 한 증권사 보고서의 첫머리에 인용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이다. 역사와 관련된 다른 사상가와 철학가의 유명한 명언들이 많음에도 유독 이 말을 떠올린 것은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 상황 때문이다.

1997년 YS정권 말기 외환위기가 터졌다. 2003년 DJ정권 말기에는 카드대란이, 2008년 노무현정부 말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제를 휩쓸었다. 2011년 MB정부가 1년반가량 남은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YS정부에 닥친 외환위기는 무리한 차입을 감수한 기업의 무한도전을 방치한 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컸다. DJ정부 카드대란은 기업의 부실을 가계의 경제력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터졌다. 수출중심 경제에서 외환위기로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자 내수진작, 즉 가계소비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게 신용카드 정책이었다.

카드대란 정점에 정권을 잡은 노무현정부 역시 DJ정부와 비슷한 궤적을 걷는다. DJ정부 시절부터 태동해온 주택담보대출에다 행정수도 이전까지 겹치며 전국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고, 여기에 은행들의 탐욕적인 영업확장까지 겹쳐 가계부채를 급증시킨다. MB정부 들어서는 국가재정 악화 속 부의 집중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그리고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적지 않지만 내부적인 요인도 크다는 평가다. 특히 고환율로 인한 부의 편중 현상은 중산층 가계의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데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럼 왜 정권 말기 때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해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권 말기로 갈수록 경제보다는 표에 정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임기 내에 뭔가 이루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성취욕 때문이기도 하다. 내년 선거를 앞둔 미국도 요즘 재정건전성 문제를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선진국인 미국 역시 대통령 집권후반기에 경제보다는 정치 논리가 득세하는 현상만은 비슷해 보인다.

경제의 3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다. 1997년 위기 당시에는 기업은 빚더미였지만, 가계와 정부의 사정은 넉넉한 편이었다. 2003년 카드대란 때는 기업들이 체력을 회복했고, 정부 재정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만 돈이 있을 뿐, 가계는 빚더미고 정부는 재정적자 상황이다. 3주체 가운데 2개 주체가 코너에 몰린 셈이다.

2011년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중산층의 몰락이다. 가계 빚, 사교육비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중산층이 몰락하면 내수가 몰락한다. 인구감소도 피할 수 없다. 당장 생계비도 부족한 마당에 노후를 위한 투자활동에 나설 리 만무하다. 증시도 외국인과 일부 부자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중산층은 시간이 갈수록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쯤 되면 나라가 반쯤 망한 셈이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임원의 자조 섞인 말이 기억난다. “아마 지금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기일지 모릅니다. 20~30년 후 지금을 떠올리며 그리워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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