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유권자 48% “美 디폴트 땐 공화당 탓”
뉴스종합| 2011-07-15 11:44
냉정 잃고 발끈한 오바마

협상장 박차고 나가


협상장소 신경전까지 가세

무디스 이어 S&P도 강등경고

디폴트 우려 일파만파



미국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자 간의 백악관 협상이 5일째 이어졌지만 분위기는 더욱 극으로 치달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는가 하면, 협상장소를 둘러싼 신경전까지 가세하며 협상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미국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무디스에 이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까지도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진전 없는 협상, 발끈한 오바마=이날 협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충돌로 끝이 났다.

“세금문제는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며 공화당의 강경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캔터 원내대표는 일체의 타협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캔터 원내대표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몇 개월 시한으로 국채 상한을 단기 증액시키되, 내년 대선 전에 한 번 더 의회 표결을 거치는 2단계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격앙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캔터 원내대표는 협상 후 “대통령이 나에게 ‘에릭, 협박하지 마(Eric, don’t call my bluff). 나는 이 문제를 미국인(국민)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고 말하고는 협상장을 나가버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들은 “노 드라마 오바마(no drama obama)가 냉정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노 드라마 오바마’는 워낙 신중해 주변을 놀라게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의 오바마 대통령 별명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점은 부인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협상장을) 나가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백악관이 주말 협상을 대통령의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옮겨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ㆍ공화 양측 모두 이를 일축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우리를 캠프 데이비드로 오라고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캠프 데이비드로 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이 공식적인 초청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에 양당 의회 수뇌부가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악화된 협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폴트 우려 확산, 공화당 탓 인식 커=이처럼 진전 없는 협상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디폴트 현실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에 이어 S&P까지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경고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14일 S&P는 미국의 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S&P는 오바마 행정부와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현재 AAA인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석 달 안에 AA로 강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은 정부 부채한도(14조3000억달러) 증액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오바마 행정부보다 야당인 공화당 측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퀴니피액대학이 이달 초 유권자 231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8%가 부채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고 답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책임이라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원 가운데서도 20%가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으며, 무당파 유권자 중에서는 49%가 공화당 책임이 더 크다고 응답했다. 또 유권자의 54%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부시 전 대통령 탓이라고 답했고, 오바마의 잘못 때문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거짓말하는 오바마?=오바마 행정부는 의회가 다음달 2일까지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증액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초선 연방하원의원은 오바마가 디폴트라는 말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 조 월시는 온라인에 올린 비디오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 없이도 정부 지출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거짓말을 멈추라(Quit Lying)”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폭스뉴스는 “미 의회 소속 의원이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보도했으며, 백악관 측은 월시 의원의 비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