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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따먹기 편한장사 끝…증권사 비즈니스모델 ‘혁명’
뉴스종합| 2011-07-15 11:41
콜차입규제·수수료 인하

실력으로 승부 불가피



증권사의 비즈니스모델이 혁명적인 변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위험을 고객에게 떠안겨 손쉽게 생존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증권사도 직접 위험을 감수한 투자에 나서 실력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객 조언에 대한 책임도 강해지는 흐름이다. 수수료 인하 추세와 자산관리영업 대두, 콜차입 규제 강화와 헤지펀드 도입, 그리고 바젤Ⅲ까지 혁명적 변화가 내년부터 잇따라 현실화된다. 대형사 중심의 재편이 예상된다.

▶브로커리지 시대의 종언(?)=그동안 증권사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위탁매매수수료(brokerage fee)였다. 주가가 오르면,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그리고 회전율이 높아지면 증권사 이익도 늘었다. 그런데 최근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거래대금 증가 정도는 이에 못 미친다. 또 증권사 간 경쟁심화로 수수료율 자체도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중소형주 또는 코스닥 대신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회전율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요즘에는 자체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는 증권사 지점은 드물다.

▶자산관리 시대 활짝=금융위기를 겪으며 증권사들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주식이나 펀드투자 권유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드러나면서,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맞춤형 투자서비스를 요구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문형랩어카운트다. 맞춤서비스인 만큼 수수료율 자체도 차별화되고, 고액자산가가 대상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효과도 있다. 고액자산가 기반은 향후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핵심 경쟁력이다. 자산관리 영업은 전문인력 육성과 상품설계 및 운용능력 그리고 브랜드 신뢰도가 필요해 대형사에 유리하다.

▶더이상 ‘연명’은 없다(?), 콜차입 규제=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인 콜은 금리가 가장 낮다. 이 콜자금을 연속으로 계속 쓴다면 연 3.5%에 자금을 조달해 연 3.7%인 통안채에 투자, 거의 무위험으로 0.2%포인트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가 별다른 고객기반 없이 매년 흑자를 내며 회사를 유지시켜온 것도 대형사와 똑같은 낮은 금리로 돈을 쓸 수 있는 콜차입 덕분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등으로 콜시장이 위축될 경우 만기불일치로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콜차입 제한방침을 내놨다. 콜차입이 제한되면 증권사들은 신용도에 따라 투자원금을 시장에서 회사채나 기업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콜보다 비싸다. 채권운용 등 증권사 손익에서 상품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데 기대수익 자체가 낮아지는 셈이다.

▶헤지펀드, 진짜 투자은행의 시발점=헤지펀드의 기반시설로 불리는 프라임브로커(PB)는 투자은행(IB)의 핵심이다. 미국 글로벌IB 거래수수료의 35~40%가 PB에서 발생한다. 또 IB들은 고객신뢰를 위해 직접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도 하며, 헤지펀드를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제공한다. PB업무를 위해서는 투자여력을 위한 대규모 자본은 물론 다양한 투자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네트워크, 펀드 출범을 뒷받침해 줄 고객군, 그리고 PB업무를 수행할 전문가 등을 갖춰야 한다.

▶바젤Ⅲ=2013년 시행되는 이 제도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자기자본 규제를 통해 그동안 은행이 대출 형태로 기업에 공급했던 자금을 회사채 형식으로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발행기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 그리고 발행은 증권사의 업무다.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련 업무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우량 발행사를 확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까지 나서야 하는데 대형사에 유리하다. 기업금융에서의 경험은 해당기업 주식투자나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등 기업관련 헤지펀드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있다. 은행이 주도해 온 기업 관련 금융을 증권사들이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물론 조사분석 능력과 인수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는 기회 자체를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홍길용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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