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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평 사전검열…불만제로 이유 있었다
뉴스종합| 2011-12-02 11:24
귀 닫고 입소문 단속만 급급

불평은 지우고 호평만 게재


고객게시판 비공개 운영하고

타인 글 보지 못하게 암호화

국내 중소 H여행사를 통해 최근 신혼여행을 다녀온 K씨는 이 여행사 홈페이지에 여행 중 불편사항을 게시하려다 글이 올라가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게시물을 등록하자 ‘관리자의 승인 이후 게시물이 등록된다<사진>’는 메시지가 왔다.

이후 몇 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K씨가 올린 후기는 게시되지 않았다. 관리자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

게시물에 여행 중 겪은 불편했던 일을 적은 K씨는 그제서야 여행사 홈페이지의 여행후기가 호평 일색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는 좋은 후기는 올리고 나쁜 후기는 사전에 검열돼 등록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올린 이후 K씨는 대신 여행사로부터 사과 전화를 받았다. 여행사 부장이라는 발신자는 “현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줄 정말 몰랐다, 해당 가이드에 대해 강력 징계조치를 내리겠다”며 “우리 여행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해명했다.

가이드에 대해 강력 징계를 내린다는 말에 당황한 K씨는 “이번 사례는 가이드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여행상품의 구조적 문제인 것 같다”며 “가이드 징계보다는 제가 올린 게시물을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여행사 부장은 강경하게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이 여행사의 여행후기 게시판에는 호평 일색의 내용만 올라오고 있다. K씨는 “여행 중 다른 일행들도 여행상품에 대한 불만을 언급한 경우가 있었다”며 “그들도 여행후기를 썼다면 모두 게시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경우는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인지도 1, 2위를 다투는 H여행사, M여행사, L여행사의 홈페이지에서도 고객들이 불평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대형 여행사 3곳의 홈페이지를 모두 방문해 본 결과, 고객게시판이 모두 비공개로 운영될 뿐 아니라 고객게시판 자체를 찾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3곳 홈페이지는 모두 고객게시판 링크를 조그맣게 표시해 고객게시판 링크를 찾기 어렵게 돼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고객게시판을 찾아간다 해도 공개게시판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이 남긴 글을 볼 수 없다. 글을 남기면 ‘문의에 답변을 드리겠다’는 메시지가 뜬다. 사실상 관리자의 승인 절차를 밟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대부분 여행후기 중 호평은 게시하고 불평은 감추는 꼼수를 부리거나 여행후기를 올리는 시스템 자체를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여행사들은 여행후기를 가급적 비공개해 가급적 나쁜 입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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