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과잉진료 정밀감시 통제…불필요한 재정지출 차단
뉴스종합| 2011-12-09 11:05
전국민 의무가입

7개 질병금고 관리

100년역사 ‘이나미’

표준-실제 의료비간

차액 재정분담 책임


입원환자 약제비 등

섬세한 모니터링

표준범위 벗어난

진료처방엔

의사 소명 요구

[브뤼셀=박도제 기자] 네덜란드와 함께 건강보험사 사이의 경쟁을 통해 건강보험 지출을 통제하고 있는 국가는 벨기에다. 네덜란드가 민간 보험사들의 통제된 경쟁을 통해 의료비 증가를 제한했다면, 벨기에는 전국적으로 형성된 7개 질병펀드와 민간보험사가 제한된 범주에서 경쟁하면서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구 1042만명의 벨기에 국민들의 의료보험 및 급여를 관장하는 이나미(INAMI)를 찾았다. 브뤼셀 중앙역에서 스토켈 방향으로 지하철 1B 노선을 타고 몽고메리역에서 하차하면 나온다. 13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나미는 의료 관련 섬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자 역할을 하는 7개 질병금고(Sickness Fund)를 관장하고 있으며,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질병금고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 보험 및 급여를 배분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벨기에 사회보장청 산하기구이다.

벨기에 건강보험제도는 모든 국민들이 의무 가입해야 하는 7개 질병금고로 이뤄져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 질병금고는 국민의 45%가 가입한 전국기독연합조합, 국민의 30% 정도가 가입한 전국사회주의자조합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병금고는 금고 간, 그리고 민간보험과도 경쟁하고 있으나, 강도는 낮은 편이다. 보험가입기간이 최소 1년 이상이면 가입자는 분기별로 질병금고를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지만, 금고 간 이동률은 연간 1%에 그치고 있다.

이나미는 이들 질병금고의 재정책임을 강화해 신중한 의료비 지출을 유도한다. 질병금고는 이나미로부터 고정예산을 받아 가입자의 의료비를 지급한다. 여기서 고정예산의 70%는 실제 지출에 따라 지급받고 나머지 30%는 위험요인을 반영한 가입자 1인당 표준 의료비에 기초해 지급받는다. 따라서 표준의료비와 실제 의료비 간의 차액에 대해 질병금고가 재정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전국자유주의자조합의 장 피에르 브론커스 의약품 부문 이사는 “암특약과 같은 임의보험 상품으로 민간보험 회사와 경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쟁하는 부분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벨기에의 의료비 지출을 제한하는 구조는 질병금고의 경쟁을 통한 방식보다는 총액예산제, 병원 입원환자 약제비 고정예산제 등이 기여하는 부분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우선 벨기에는 총액예산제를 의료보험의 근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총액예산제는 한 해 의료비로 지출될 금액을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질병금고 같은 보험자가 모여 전체 의료비를 결정하는 것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2003~2009년간 5.9~9.2%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10년에는 4.8%로 안정됐다.

특히 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약제비의 경우 고정예산제 도입으로 매년 3~4%에 이르던 증가율이 2006년 이후에는 안정되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약제비가 줄어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병원의 진료 행위에 대한 이나미의 정밀한 모니터링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나미는 지난 2003년 의료관리국을 ‘의료평가 및 규제국’으로 개편, 환자의 병리상태를 고려한 정상적 진료범위를 벗어난 모든 진료나 처방을 한 의사에게 평가의견을 보내고 있다. 미셀 비그널 이나미 재정담담국장도 “병이 생겨 병원에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의료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명확하게 만들어 통제할 수 있으면 상당 부분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의사들은 표준 범위를 벗어난 진료나 처방행위를 한 경우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며, 처방 형태의 개선을 요구받는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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