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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속 귀마개…소리 못듣고 참변
뉴스종합| 2011-12-09 11:23
“왜 그 시간에 작업을…”

유가족들 분통·격앙

강추위 속에서 심야에 선로 동결 방지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인천공항철도 열차에 치여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귀마개에 두터운 옷을 입고 작업을 하다 고속으로 달려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9일 새벽 0시31분쯤 인천 계양역에서 1.3㎞ 떨어진 지점에서 선로 동결 방지 작업을 하던 이화춘(59) 씨 등 근로자 5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이 씨를 비롯해 백인기(55), 추성태(55), 정덕선(53), 정승일(43) 씨 등으로, 코레일공항철도의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의 현업 근로자다. 또 함께 일하던 L(39) 씨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선로 주변에 있던 다른 근로자 2명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왜 이렇게 큰 사고가 됐나=이날 서울과 인천의 기온은 영하 5도를 넘나들었다. 날씨가 춥다 보니 사고를 당한 현업 인부들은 귀마개에 목도리, 두터운 웃옷을 입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거동이 불편했다.

게다가 이들이 한 작업은 망치 작업이었다. “깡~ 깡~” 하며 철도 레일 위에 망치질을 하다 보니 멀리서 나는 “덜컹~ 덜컹~” 하는 열차 소리가 안 들렸을 것이다.

이날 새벽 0시5분께 서울역을 출발해 계양역을 지나 검암 쪽으로 향하던 마지막 열차(31575호)는 대략 시속 80~100㎞/h 사이. 초당 20m가량 성큼성큼 다가오는 열차였다. 인지를 했고, 고개를 돌리고, 열차 헤드라이트를 보고, 몸을 빠르게 움직여 피하는 데까지 시간이 부족했을 수밖에 없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열차는 시속 80㎞/h의 속도로 현업 근로자들 앞을 가로질렀다.

▶왜 마지막 열차도 지나가기 전에 작업장에 들어갔을까=사고를 낸 열차는 이날 새벽 0시35분께 검암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레일테크 현업 직원 5명은 새벽 0시25분께 계양역에서 1.3㎞ 떨어진 지점에 들어가 작업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마지막 열차가 지나간 뒤 작업을 해왔지만, 이날은 뭔가 착오가 있었다. 공항철도 측은 막차가 계양역을 통과한 뒤에 작업하도록 작업 승인시간을 사전에 새벽 0시50분으로 잡았다. 그러나 현업 근로자들이 미리 작업 구간에서 작업을 벌이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이들이 작업 승인이 나기 30여분 앞서 작업장에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현장 감독자를 찾아 당시 선로 작업 진행 과정과 작업 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밤샘 작업에 월 180만원… 격앙된 가족들=유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정직원이 아닌 고용이 불안한 현업 근로자 신분. 야간근무만 하며 세금 등을 제외하고 한 달에 180만원 정도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고(故) 백인기 씨의 유가족은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흐느꼈다. 고(故) 정승일 씨의 유가족은 “밤을 새 일해도 이것저것 떼면 한 달에 180만원에 불과하다”며 고인이 된 동생을 불쌍해했다.

인천=이인수ㆍ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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