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엄마죽인 아들 재판장 “참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는데…”담임교사 진술에 눈물바다
뉴스종합| 2012-03-20 09:25
“스승의 날에 지군이 직접 클라리넷으로 ‘스승의 은혜’를 연주해줬어요.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얼마전에 면회를 갔더니 언젠가 사회에 나오게 되면 다시 한번 클라리넷으로 불러 드리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적 압박에 못 이겨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 살해)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지모(19)군의 재판이 열렸던 지난 19일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국민참여재판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담임교사, 친구, 고모 등 지군 측 증인 5명의 진술이 중심이 됐다. 검사 측 증인으로는 지군의 이모가 출석했다.

‘공부잘하고 따뜻했던’ 지군에 대한 기억, 범행 당시의 지군의 상황, ‘지군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진술들이 이어지자 재판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군의 고2 시절 담임교사가 증언을 마칠 무렵에는 방청석 곳곳이 흐느꼈고 배심원들도 연신 훌쩍거렸다. 검사 역시 붉어진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뿔테 안경에 단정한 교복 차림을 하고 재판장에 들어선 지군도 수차례 눈가를 훔쳤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도 없었지만 깍지를 껴 맞잡은 두 손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지군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전국 62등’으로 고친 것이 어머니에게 들통날까봐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지군이 조작한 ‘전국 62등’ 성적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무장을 강조하며 야구방망이, 골프채, 홍두깨 등으로 지군을 폭행했다. 증인으로 나선 지군의 친구 이모(19)군은 “체육복을 갈아입을 때 지군의 온몸이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봤다”고 했고 박모(19)군은 “지군의 집에서 피묻은 골프채를 본적이 있다. 지군이 성적이 안 좋을때마다 어머니한테 맞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담임교사들과 고모는 지군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울먹였다. 지군의 고3 시절 담임교사 진모씨는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생명을 잃은 지군의 어머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군의 어머니가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라며 “담임으로서 지군의 심각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군의 고모 역시 “고모로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검사측 증인인 지군 이모의 증언도 이어졌다. 지군의 이모 박모씨는 “언니는 참 불쌍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없어서 사랑을 못 받았고, 그 사랑을 갈구한 대상이 남편이었는데 받지 못했다”며 “그래서 기댄 곳이 자식인데 그 자식 손에 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의 쟁점은 지군에 대한 감형 정도다. 변호인 측은 지군이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지군이 사흘동안 어머니의 체벌로 인해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은 “범행 당시 지군은 정상 상태였다. 순간적인 분노를 심신미약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어진 이날 재판은 20일 오전 10시 재개된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군 아버지의 진술도 이어진다. 9명의 배심원단은 지군의 최후진술 등을 들은 뒤 평결을 내리고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지군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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