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① ‘위로금’ 1억1000만원 출처?…정치자금 가능성에 무게
뉴스종합| 2012-03-20 11:22
② 윗선은 누구?
장석명등 민정라인 수면위로
청와대도 의혹 자유롭지못해
벌써 ‘총대메기’우려 목소리

③ 빙산의 일각?
대대적 증거인멸이 의혹 키워
원충연 수첩에 담긴 인사동향
개인사찰 넘어 광범위할 수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청와대, 총리실 증거 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20일 검찰에 출두했다. 정권 말 초대형 사건이 될 ‘사찰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박윤해)은 우선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그가 언론과 야당을 통해 연일 쏟아낸 폭로 내용들에 대해 면밀한 확인에 나섰다. 장 전 주무관을 통해 확보할 관련 진술과 녹취 기록 등 자료를 현재 진행 중인 관련자 계좌 추적, 통화 내용 등과 견주면서 사실관계를 맞춰나갈 방침이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우발적이 아닌 ‘기획 폭로’ 성격을 띠는 데다 현 정부 고위층을 겨냥하고 있어 한마디 한마디에 시퍼렇게 날이 섰다. 이를 다룰 검찰로서도 파장과 위험성을 아는 만큼 극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기존 주장과 추가 진술이 신빙성과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추가 단서가 확보되면 2010년 민간 사찰 사건의 재수사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규명해야 할 주요 의혹들을 짚어봤다.



▶장 전 주무관 ‘위로금’ 1억1000만원 자금 출처는?=수사 착수를 놓고 고민하던 검찰을 움직인 것은 자금 정황이었다. 지난 17일 장 전 주무관의 입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내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고 입막음조로 2000만원을 줬다가 돌려줬다”는 발언이 나온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는 다른 루트로도 위로금 등 돈이 제공됐다는 주장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19일에는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내게 5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변호사 성공보수 명목으로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고 2500만원을 최 행정관에게 돌려줬다”고도 했다.

일단 제안받은 돈의 총액은 1억1000만원. 그중 4500만원을 쓰지 않고 되돌려줬다. 의혹 당사자들은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하거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중 이 전 비서관의 2000만원을 배달한 것으로 밝혀진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위로금 차원에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간에선 이 같은 자금 중 일부가 연루자들이 소속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총리실의 공식 자금이거나 정권 차원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정부기관이 연루됐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철저한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진상조사특위도 이날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을 근거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장 씨에게 입막음 명목으로 5억~10억원을 주겠다는 흥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2010년 추석 때 검찰 수사로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괄지원과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준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증거 인멸 윗선 의혹, 거침없이 청와대로=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통해 청와대와 현 정부 실세가 순식간에 이번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특히 장석명 비서관이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 비서관은 서울시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 공직 기강과 사정 업무를 책임지는 민정수석실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면 임기 말 정권으로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법무장관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수사다. 벌써부터 노골적인 ‘꼬리 자르기’ ‘총대 메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해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협조할 것이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판단된다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결국 양심고백에 나선 장 전 주무관의 입에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정치권을 뒤흔든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돈 배달자인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가 전격적으로 양심선언을 했기에 윗선을 파고들 수 있었다. 그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면 박희태 전 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기소하지 못 할 뻔했다.

▶김종익 씨는 일각, 사찰 실제 규모는 빙산?=원래 사건에서는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만 세간에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과도하게 보일 만큼 대대적인 증거 인멸 행태가 뒤따른 게 의문을 되레 키웠다.

진경락 전 총리실 총괄지원과장과 장 전 주무관이 못 쓰게 만든 지원관실 컴퓨터에는 지원관실이 2008년 7월~2010년 7월 2년간 활동한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자료 삭제 프로그램으로 내용물을 지우는 ‘이레이징’ 방식에 이어 자기장을 발생시켜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리는 ‘디가우징’ 방식까지 썼다.

민간인 한 명에 대한 사찰 이력만 담겨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결국 광범위한 불법 사찰 내용과 이를 보고받을 윗선의 단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2010년 검찰이 압수한 원충연 지원관실 사무관의 수첩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인, 관료, 노동, 언론계 인사들의 동향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같은 광범위한 불법 사찰의 정황을 확인하고도 김종익 전 대표 건 외에 다른 불법 사찰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감춰졌던 불법 사찰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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