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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블루 크리스마스’
뉴스종합| 2012-12-24 10:46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이번달 세종시로 터전을 옮긴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공직생활 이후로 가장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 여부에 따라 거취가 불투명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보류된 국회의 예산안등 법안 처리,내년 경제운영계획 등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돼 고달픈 연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4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세법 개정안 심의도 진행 중이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했던 예산 6조원을 일단 2013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1조원으로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예산을 줄이고 당선인의 몫으로 예산을 만들어 내야 하게 됐다. 세법 개정안 역시 당선인의 코드에 맞게 가다듬어야 한다. 또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게 되면 복지 등 앞으로의 대부분의 정책에 대한 협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할 일이 산더미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 정부조직개편도 예고되고 있어 세종시에 내려가 있는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어디로 자리를 옮기게 될지 모르는 때라 세종시에 아직 짐도 풀지 못한 공무원들도 다수다. 또 앞으로도 수시로 임시국회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처의 이원화 현상이 상시 발생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세종시 업무 공백 문제까지 대두된다.

이뿐 아니라 세종시 공무원들은 가족과의 생이별 문제, 지리적 한계성으로 야기되는 업무 비효율성, 기본생활 인프라 부족 등 매서운 현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에서 ‘나홀로 원룸’ 생활을 4주째 이어가고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한 사무관은 24일 “주거환경이나 근무여건도 모두 불안정적이다 보니까 일도 집중이 안되고 집에 돌아오면 우울한 기분까지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시 생활이 한달 가까이 접어든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오가기로 결정한 ‘출퇴근족’ 공무원들은 높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눈이 온다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하는데,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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