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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이혼하고 돈없어 자살하고…
뉴스종합| 2013-05-20 11:28
자식 때문에 참다가 타인으로
빈곤 때문에 동반 극단선택도



올해로 결혼생활 40년이 된 정옥순(가명ㆍ65ㆍ여) 씨는 이혼을 앞두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정 씨는 남편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왔다. 술만 먹으면 정 씨에게 “네가 집에서 하는 것이 뭐가 있냐”며 시비를 걸고 매질까지 하는 남편을 참아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식 때문이었다. 이혼을 하면 아들의 혼사에 피해가 갈까봐 정 씨는 참고 참았지만 아들의 결혼 후에도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아들의 권유로 정 씨는 법률상담소를 찾았고 이혼을 준비 중이다. 남편은 이혼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 씨는 “더 이상 참다가는 자신이 죽어버릴 것 같아 살기 위해 이혼한다”고 말했다.

황혼이혼이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2 혼인ㆍ이혼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은 3만200건으로, 전체 11만4000건 중 26.4%에 달했다. 가장 큰 비중이다. 혼인 기간 30년 이상의 황혼이혼도 8600건으로 전년보다 8.8% 늘어 전체 혼인기간 대비 이혼율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안정되면서 노년의 삶을 바꾸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황혼이혼에 직면한 남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이혼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기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듯 한 절망감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자살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 부부 중 한 명이 자살하거나, 아예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65세 이상이 인구 10만명당 79.7명, 80세 이상이 116.9명에 달한다.

질병과 빈곤이 노인자살의 이유로 나타났으며, 특히 노년부부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15일 경북에서는 치매 아내를 4년 동안 간병해 온 80대 남편이 아내를 태운 승용차를 저수지로 몰고 들어가 함께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남편은 유서를 통해 ‘너무 힘들다, 내가 죽으면 아내는 요양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노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책을 구체화, 현실화시켜 노인들 스스로 노년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특히 “젊은 세대가 노년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범ㆍ신동윤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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