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검정 비닐과 한 몸이 된 개구리
라이프| 2014-02-26 09:18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검정 비닐과 한 몸이 되어버린 개구리. 분명 벗어나고 싶을테지만 결코 분리 될 수 없는 운명이다. 침몰한 유조선 때문에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쓰고 있던 바닷새가 떠오른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피해의 현장을 보는것 같다. 동물이 말을 건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자유롭냐고.

흔하게 쓰이는 검은 비닐과 동물이 만나 변종(變種) 생명체가 됐다. 이동헌 작가의 작품이다. 2012년 개인전 ‘plastic zoo’에서 선보였던 ‘사육되는’ 생명들의 연장선상이다. 작가는 싸구려 검은 비닐봉투를 ‘인간이 감추고 싶은 치부’로 봤다. 내용물의 본질은 알 수 없지만 만지기 싫고 꺼려지는 것이 담긴 소재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잔뜩 주름지고 뒤틀린 봉투는 현대인의 무한한 욕망이다. 감추고 가림으로써 더욱 추해지는 우리의 욕망을 재치있게 비튼 작가의 시선은 동물과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3월 4일까지. 종로구 갤러리 도스에서 만날 수 있다.

vicky@heraldcorp.com

이동헌 ‘plastic bag frog’, 60×35×35㎝, 레진, 우레탄페인트, 2013.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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