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욕망
라이프| 2014-02-26 11:14
검정 비닐과 한 몸이 되어버린 개구리. 분명 벗어나고 싶을테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운명이다. 침몰한 유조선 때문에 검은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던 바닷새가 떠오른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피해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동물이 말을 건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자유롭냐고.

흔하게 쓰이는 검은 비닐과 동물이 만나 변종(變種) 생명체가 됐다. 이동헌 작가의 작품이다. 2012년 개인전 ‘plastic zoo’에서 선보였던 ‘사육되는’ 생명의 연장선상이다. 작가는 싸구려 검은 비닐봉투를 ‘인간이 감추고 싶은 치부’로 봤다. 내용물의 본질은 알 수 없지만 만지기 싫고 꺼려지는 것이 담긴 소재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감추고 가림으로써 더욱 추해지는 우리의 욕망을 재치있게 비튼 작가의 시선은 동물과 만나 더욱 극대화한다. 3월 4일까지.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동헌‘plastic bag frog’, 60×35×35㎝, 레진, 우레탄페인트, 2013. [사진제공=갤러리도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