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위크엔드] 행복충전 티켓, 레티켓
라이프| 2014-04-04 11:53
산악사고 절반이 음주 하산길서 발생
관광레저인구 급증속 사고도 잇따라
나보다 남 먼저…규범·수칙 우선해야

잘해보자고 한 것이 잠자코 있을 때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만큼 언짢은 일도 없다. 기분 좋자고 마신 술이 싸움으로 번지고, 에너지 충전하자고 떠난 여행길에 사고를 당하는 식이다. 도시를 벗어나 산행길 들뜬 마음에 들이킨 술 몇 잔 때문에 하산길 부상당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하는데,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산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50%가 등산 음주사고이며 하산길에 주로 발생한다. 음주 상태의 하산은 가속 제어력과 판단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등ㆍ하산객이 맞닥뜨리면 통상 하산객이 멈춰 양보해야 하는데 음주상태에선 주의력 결핍으로 두 사람 모두 위험스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음주 산행은 안전사고 위험성 외에도 타인에게 불괘감을 주는 고성방가나 고함,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등산 에티켓 위반 1호로 지목된다.

레저인구가 늘고있지만, ’에티켓 실종‘으로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갈등에다 사고까지 유발하는 자기 중심적 레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레티켓 시민헌장‘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여행, 등산, 골프, 피트니스, 당구, 수영, 캠핑, 익스트림 레포츠 등 관광 레저 인구가 급증하는데, 사고는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규범과 수칙을 익히고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음에도 도시를 벗어난 해방감이 방종으로 이어진 탓이 크다.

한국관광공사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민 2989만명이 9826만회 국내 관광을 다니면서 13조6027억원을 숙식 교통비 등에 사용했다. 이는 전년(2781만명이 7521만회를 다니면서 11조2723억원 사용)에 비해 10~20%가량 늘어난 수치다. 관광여행 경험률은 2010년 59.7%, 2011년 64.8%, 2012년 69.0%의 증가세를 보인다.

여행비 14조원과 별도로 아웃도어 사입는 데 8조원, 헬스장 가는 데 3조원, 골프 치는 데 23조원, 이런저런 레저활동에 50조원을 지출하는 등 우리 국민은 한해 100조원을 여행, 레저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활력 얻자고 떠났지만 오히려 낭패를 보는 일이 급증해 여행객 증가세를 추월할 정도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악에서의 안전사고만 보더라도 소방방재청 집계 결과, 2009년 427건, 2010년 644건, 2011년 918건으로 매년 43~51% 폭증하고 있다. 월별로는 10월의 사상자 점유율이 17.4%로 가장 높고, 5월이 9.9%로 2위였다.

관광레저 전문가들은 사전에 여행, 레저 정보를 숙지하는 것 외에 규범과 수칙을 익히고 준수할 것을 권고한다. 레저시대의 시민헌장 ‘레티켓(Letiquette = Leisure + Etiquette)’이다.

폰 음악으로 자연의 소리 방해하지 않기, 캠핑장 어린이 반려동물 단속, 헬스장 과다 노출 자제, 승마장 정숙 유지, 자전거 추월 시 말로 소리내어 방향 알려주기, 우리말 당구용어 쓰기, 자기 골프공 친 다음 횡라인에서 동반자 플레이 서서 지켜보기, 한국관광공사 ‘글로벌 에티켓’ 앱 다운, 공연 때 악장 사이엔 박수치지 않기, 샤워 후 수영장 입수, 응급대처법(RICES:쉬게 하고 얼음찜질하며 압박 후 부상 부위 높여준 다음, 부목으로 고정) 숙지하기 등 레티켓은 무수히 많지만, 조심성을 갖고 상식만 실천해도 불상사를 줄일 수 있다.

국내에 뜻있는 동호인들의 레티켓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건전한 레저문화가 사고도 줄이고 기쁨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작은 예의범절에 조심한다면 인생은 더 살기 쉬워진다”는 찰리 채플린의 말은 레저관광 문화에도 능히 통용된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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