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원희가 그린 박근혜대통령…“주름 살짝 없앴지만 특유의 표정입니다”
라이프| 2014-04-03 16:30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너무 젊게 그렸다고요? 맞아요. 요즘 모습이 아니라 2009년 세차례 만나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겁니다. 아, 주름은 살짝 좀 없앴지요. 그래도 박 대통령 특유의 표정입니다”

초상화 전시를 여는 화가 이원희(58. 계명대 서양화과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을 그렸다. 이원희는 “김영삼 대통령의 초상작업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을 그릴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실 땐데 지인을 통해 직접 뵈었지요. 그 때 찍은 사진으로, 최근에 다시 초상작업을 해봤습니다. 특유의 미소를 살리는데 촛점을 두면서요”

이원희 작가는 이번에 각계 인물을 그린 초상화를 모아 초상화 전시를 연다. 오는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전관에서 ‘이원희의 초상 The Classic’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는 초상화(유화) 50여점 외에, 크로키 20여점 등 총 80점의 작품이 내걸린다.

이원희, 박근혜 대통령, 2014,유화, 61x61cm. [사진제공=가나아트]

전시에는 박 대통령 초상 외에도 김영상 전 대통령, 화가 권옥연(작고), 화가 이성자(작고), 건축가 승효상,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그룹(MPK) 회장, 두산 벨라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 배우 김용건 하정우 부자의 초상화가 출품된다.

이원희는 요즘 정계, 관계, 재계 인사는 물론, 각계로부터 초상화 작업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등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기관의 수장을 그리기도 했다. 

이원희, 승효상 소장, 2014, 유화, 53x64cm. [사진제공=가나아트]

그는 초상작업시 몇가지 원칙을 고수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 반드시 직접 대면을 한 뒤 작업한다는 점, 그리고 그 사람의 내면과 성격까지 담으려 한다는 점이다. 사진만 갖고 그릴 경우 죽은 그림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대상을 무조건 미화시키기 보다는 그 사람만의 개성을 살리는데 힘을 쏟는다. 너무 근사하게 표현하려 하다 보면 그저 획일적인 극사실 초상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10번을 그렸는데 ‘우리 부모님이 너무 늙고 못 생기게 그려졌다’며 퇴짜를 맞은 적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참 힘들죠. 주문자의 입맛에만 맞게 그린다면 굳이 제게 맡길 필요가 있을까요? 인물을 지나치게 이상화시키는 건 금물입니다. 그 사람만의 개성, 상식적인 초상화의 범주를 넘어서는 초상화를 그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몇몇 작품은 매우 독특하다. 재불화가 이성자 화백 초상화가 그 예. 이성자 화백의 젊은 시절 앳띤 모습을 회색톤으로 배경처럼 깐 다음, 노년의 환한 모습을 전면에 묘사한 그림이다. 권옥연 화백의 경우는 옆 모습이 좋아, 옆 얼굴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원희, 권옥연 작가, 2014, 유화, 45.5x65.1cm. [사진제공=가나아트]

작가는 “우리는 초상화 작업이 너무 침체돼 있습니다. 조선조 ‘전신초상'이라 해서 최고의 초상화 전통을 갖고 있는 국가인데 말입니다. 초상화는 인간 존재를 그리는 동시에 인간의 삶, 그리고 그 시대의 기록이라 중요합니다. 외국 유명미술관 회화 전시작 중 70~80%는 초상작업입니다. 그만큼 비중이 크지요. 반면에 우리는 ‘초상화=영정사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서, 초상화 영역이 한정돼 있습니다. 실력있는 젊은 작가들이 많은데 수요가 적으니 그릴 기회가 거의 없지요. 앞으로 역량있는 작가들이 많이 나와, 초상작업이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현대 작가의 초상 중에서 국보급 회화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나요?”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 시절 과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가 단원 김홍도와 이명기가 합작해 그린 ’서직수 초상‘을 보고 전율을 일으켰다고 한다. 인물의 정신세계까지 담아낸 압도적인 초상화에 매료돼 그 뒤 초상작업을 남몰래 시도했다.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25년째다. 그동안 무수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초상화를 숱하게 그렸다.

이원희는 “지난 1990년대 중반 러시아의 일리아 레핀미술관을 찾은 뒤로 매년 학생들과 함께 찾곤 했지요. 유화로 인물을 표현하는 테크닉의 묘미를 하나둘 알아가게 됐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에서는 초상화에 대한 그들의 집단적 내공을 살필 수 있었고요. 오랫동안 한분야를 연마하다 보니 이제 유화 초상에선 나름대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예전에 했던 김영삼 대통령 초상 등 몇몇 초상은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로요”라고 토로했다. 

이원희, 정우현 회장, 2014, 유화, 162x129cm. [사진제공=가나아트]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인물이 중심이 된 기록화에도 도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와 포즈를 취한 사진을 대형 화폭에 옮긴 것. 주홍빛 한복을 차려입은 박 대통령 옆으로, 영국 여왕 내외가 자리잡은 사진을 가로 2.6m 크기의 화폭에 옮겼다.

“김영삼 대통령의 초상작업을 할 당시 청와대를 몇번 출입해봤는데 청와대가 너무 썰렁해서 무척 아쉬웠어요. 기껏해야 역대 대통령 초상화(15호 크기)만 같은 규격으로 걸려있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표현한 그림이 다채롭게 걸려 있다면, 외국 정상 등 귀빈들에게 이를 설명하며 우리 역사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기록사진도 있지만, 그림은 사진과는 또다른 ‘온기’를 품고 있으니까요“. 

작품(박근혜 대통령, 2014,유화, 162x259cm) 앞에 선 화가 이원희. [사진제공=가나아트]

이번에 역사기록화에 도전한 화가는 인물만 그리는 것 보다, 실내 공간을 곁들여 표현하는 게 훨씬 까다로움을 절감했다고 한다. 공간과의 조화, 비례, 빛의 표현, 구도 등 신경 써야 할 구석이 엄청 많았다는 것이다.
이원희가 그린 박근혜 대통령 초상을 비롯해 각 분야 인물의 초상화는 오는 4월 30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성인 3000원. 02)720-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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