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남든, 떠나든…KB호 앞이 안보인다
뉴스종합| 2014-06-10 11:31
‘중징계’ 임회장 - 이행장 퇴진 땐 지배구조 격랑…장기 전략 차질
직위 유지해도 ‘갈등의 골’ 깊어

당국, 지주사 권한 · 책임 강화 등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키로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금융의 주요 임원진에 중징계 처분을 통보하면서 KB금융의 미래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같은 중징계가 확정되면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남은 임기를 못 채우고 자칫 중도하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KB금융 지배구조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진다. 중ㆍ장기 전략도 당연히 수정될 수 밖에 없다.

두 수장이 자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이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양자 간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아 경영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부딪칠 수 있기때문이다. 중장기 경영을 펼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KB 사태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로 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KB, CEO 잔혹사 및 경영공백 재현되나=KB금융이 지주 회장과 행장이 한꺼번에 중징계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자 다시금 ‘KB의 최고경영자(CEO) 잔혹사’가 회자되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문책 경고’ 등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를 못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 불가 및 퇴직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 금지 등의 제한을 받게된다. 물론 현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조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주로 사퇴쪽을 택해왔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각각 직무정지 상당과 문책경고 상당 등의 중징계를 받고 자진 사퇴했다.

만약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중도 사퇴하거나 둘 중 한 사람이라도 그만둘 경우 KB금융의 지배구조는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경영진이 선출될 때까지 생기는 경영공백은 물론, 새 경영진의 구상에 따른 중ㆍ장기 경영전략 수정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두 수장 모두 자리를 유지할 수도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처럼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을 받아도 현직 유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갈등의 골이 확인된 상태여서 전산시스템 교체 등과 같은 굵직한 경영 판단을 내릴 때마다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시장에 ‘CEO 리스크’로 비춰져 KB의 운신 폭을 좁힐 여지를 줄 수 있다.

▶금융당국, KB사태 ‘반면교사’로 대책 마련=금융당국은 KB사태의 핵심이 금융 지주사의 지배구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주가 은행 지분을 100% 갖고 있는데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 등 2개의 의사결정기구가 있는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KB금융은 국민은행 지분을 100% 갖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지주와 별도로 이사회와 감사를 두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

물론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사의 완전 자회사에 대해 별도의 사외이사나 감사를 두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적용된 금융지주 사례는 없다. 지주 매출의 80~90%가 나오는 은행의 힘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주사의 속내가 결합되면서 은행이 자체 의사결정기구를 갖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KB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00%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없애는 대신 지주 회장이 자회사에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의회 등을 통해 권한을 행사해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즉 지주사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강화해 지배구조의 혼란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거나 CEO 승계프로그램 등을 통해 선임 과정에서 외부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행 가능성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KB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제재 파장별 시나리오 가정

임영록 회장ㆍ이건호 행장 직위유지
갈등 잠재→경영판단 필요시 충돌→중ㆍ장기 경영전략 차질

임 회장ㆍ이 행장 동반 또는 한사람만 퇴진
경영진 대대적 교체 및 지배구조 지각변동→경영전략 새틀짜기→중ㆍ장기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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