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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공무원 어떻게 ‘슈퍼 갑’됐나
뉴스종합| 2014-09-10 15:00
-헌병대 출신으로 민선 1기에 30대 중반에 시의회 전문위원

-사무처 직원 자기사람들로 구성…한때 부시장보다 직급 높기도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감사관, 비상기획관, 행정국, 재무국, 인재개발원, 자원봉사센터, 서울혁신기획관 소관업무를 관장하며, 서울시민의 편익증진과 권리향상을 위한 정책수립, 공공사업의 지원, 공직자 교육 및 공직사회 기강확립 등 시정의 중추적 분야를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다.

행자위는 공무원들을 조사할 수 있는 감사관실도 감시 감독할수 있고 거기에 조사권까지 있다. 이렇다 보니 그 누구도 행자위 사무처 아니 박용훈 수석전문위원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박수석은 행자위 사무처 직원은 철저히 자신의 사람들만 받아들여 ‘작은 왕국’을 구축했다. 행정직중에서 박용훈 수석이 원하지 않은 공무원들은 들어오면 ‘자신의 왕국’에 해가 될까봐 철저히 억압해 쫓아내길 반복했다. 공무원들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고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찍히면’ 공무원의 꿈인 승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수석은 헌병대 출신으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민선 1기인 1993년 임용됐다. 수석이 임용됐을 당시 즉 21년전 그는 4급 서기관급이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서울시의 ‘갑’인 시의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헌병대에서 배운기질을 그대로 발휘했다. 현재 서울시 공무원 최고직(선출직 제외)인 1ㆍ2부시장도 5급 사무관이거나 6ㆍ7급 주무관이었다. 즉 부시장들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감히 어떤 직원이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한 사례를 들면 서울시 A 국장이 비서를 통해 수석에 전화를 걸어 용건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비서가 사색이 돼 들어와 하는 말이 “국장 된지 며칠 됐다고 건방지게 비서를 시켜 전화질이냐고 호통을 쳤다”고 했다. 그 국장은 그 즉시 수석을 찾아가 직접 사과했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자리다.

심지어 보도가 나가고 전직 서울시 고위직 인사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정말 잘했다” “서울시의 20년 숙원 사업이 이제 해결 될 것 같다”는 격려 전화였다.

그들이 정의감이 없어서 참았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고위직은 시장이나 의장 한마디에 승진에서 제외되고 심지어 퇴직도 하는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소신을 펼수 없게 된 것이다.

행자위 사무처는 감시 감독기능에 조사관도 2명이나 있다. 게다가 시의원까지 등에 업고 있으니 그 누구도 그의 비행을 폭로할 수 없었다.

이부분에서는 시의원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시의원은 4년마다 선거를 통해 들어온다. 새 의원들이 오면 수석은 권한을 이용해 시의원들 조차 농락할 수 있다. 의원이 감사 자료요청을 해도 지연시킬수 있고 행정적인 업무로도 ‘골탕’을 먹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인사청탁도 거의 수석 손을 거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로 시의원들의 “후련하다” 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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