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건강한 소비’가 미래…유통가‘지역 먹거리’판을 벌리다
뉴스종합| 2015-03-11 11:10
유통단계 축소 중간 물류비 절감 효과
좋은 먹을거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

지방자치단체·생협 중심의 ‘운동’이 출발점
대형백화점·마트 신선매장의 대세 자리잡아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내 일부 점포에 서울 강동구에서 생산한 무농약 쌈채소 ‘아침야채’를 당일 수확,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는 해당 점포가 속한 지역의 한우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2년 전 ‘42.195km’라는 로컬푸드 전용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로컬푸드 취급 점포를 80개로 확장, 매출목표를 각각 470억원, 400억원으로 잡고 로컬푸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로컬푸드’에 빠졌다. 지방자치단체,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운동’쯤으로 여겨졌던 로컬푸드가 대형 유통업체 신선식품 매장에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된 것이다. 각 지역의 점포에 취급하는 로컬푸드를 늘려나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움직임이었다면 이젠 로컬푸드를 공급하는 농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업체 간의 경쟁에도 점차 불씨가 붙는 모양새다. 


유통업체들이 로컬푸드를 확장하며 신선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나선 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수장들의 지원사격도 한 몫을 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 회장이 지난해부터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먹을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의 오프라인 구매 패턴을 분석, 온라인 소비자에게 실시간 제공하는 ‘맞춤장보기’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정지선 회장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아울렛 사업에 로컬푸드를 접목시켰다. 지난 2월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는 국내 아웃렛 가운데 처음으로 740평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흐름에 맞춰 쌀, 홍삼 등 친환경 지역특산물을 판매하는 ‘김포로컬푸드’가 문을 열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일찍이 식문화 분야에서 국내 백화점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 지난 2012년 프리미엄 식품관인 ‘SSG 푸드마켓’을 열며 식품 트렌드를 개척하고 나선 바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합세로 로컬푸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역 농가의 자립을 돕고 환경을 보호하며, 소비자에게 더 신선한 식재를 공급한다는 로컬푸드의 구호가 ‘착한 소비’와 맞물리면서다. 착한 소비란 친환경 상품 혹은 공정무역 상품 등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덕분에 최근 로컬푸드는 신선식품 시장에 존재하는 최신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윤리적인 소비를 하면서도 동시에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푸드는 유통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키워드”라며 “지금까지 ‘유기농시장’이 이끌어왔던 신선식품의 트렌드를 로컬푸드가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좋은 먹을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유통업체들이 로컬푸드에 집중하는 이유다. 기존 생산농가→중간 수집상→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4단계 유통과정이 생산농가ㆍ유통업체→소비자의 2단계로 단축, 중간 물류비가 일정정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 문턱도 낮아졌다. 좋은 것은 ‘비싸다’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이 무너진 것이다.

실제 이마트가 판매하는 로컬푸드 백다다기 오이(10개)의 판매가는 2500원으로 일반 유통구조로 통상 2980원 가량에 판매되는 것에 비해 저렴하다. 또 신세계백화점이 당일 수확해 서울권 내 일부 점포에 판매중인 강동도시농부의 ‘아침야채’의 경우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동량의 쌈채류에 비해 30% 가량 싸다.

농가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판로가 생겨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유통업체 납품은 전점 물량을 소화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로컬푸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해당 농가는 지역 인근 점포에만 일정가격으로 납품하면 된다. 안정적 판로 확보로 농가는 매월 생산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에 대한 고민없이 품질 향상에만 신경쓸 수 있다.

포항과 대구지역 이마트에 ‘포항 새송이’를 납품하고 있는 박호대 사장은 “상품을 비축하지 않고 바로바로 뺄 수 있어 신선도가 좋아졌고, 덕분에 가격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 시중 시세도 모르고 산다”며 “고정단가를 받으면서 마음 놓고 품질에만 신경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로컬푸드 취급을 통해 지역농가와의 상생과 착한 소비를 견인한다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쏠쏠하다. 갑질 논란, 골목 상권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진 요즘, 윤리적 소비를 도모한다는 상생의 이미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좋은 먹을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최근 수익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신선식품의 매출을 제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분 신선식품담당 김기성 바이어는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신뢰할 수 있는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로컬푸드는 구매하는 고객에게 신선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정환ㆍ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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