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에게 ‘제일’이라는 이름은
HOOC| 2015-05-26 11:28
[HOOC]삼성그룹이 26일 메가톤급 발표를 했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것입니다. 형태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은 제일모직이 아닌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삼성그룹은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때부터 ‘제일‘이란 이름과 인연이 깊습니다. 삼성그룹의 모태는 1930년대 설립한 삼성상회이지만 고 이병철 회장은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에 큰 애착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1953년엔 제일제당, 1954년엔 제일모직을 설립했죠. 1980년대 만해도 ‘제일’이라는 계열사 이름은 그룹내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계열사였습니다.


제일모직은 고 이병철 회장이 유일하게 대표이사로 몸 담았던 기업이며 1987년 별세할 때까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성전자가 그룹의 중심이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주력 계열사 역할을 했죠 이학수 전 부회장,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 유석렬 전 삼성생명 사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 쟁쟁한 CEO를 배출하며 ‘삼성 인재 사관학교’로 불렸습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에서 제일이란 이름을 쓰는 큰 계열사는 광고회사인 제일기획 하나만 남게 됐습니다. 제일제당은 CJ 계열사가 됐습니다. 흔히들 제일병원을 삼성제일병원으로 알고, 삼성의료원 계열로 알고 계신분이 많지만 삼성의료원 소속이 아닙니다. 1996년 제일병원이 삼성계열 병원으로 편입돼, 삼성제일병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2005년 다시 이름이 제일병원으로 환원되면서 삼성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제일‘이라는 이름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삼성그룹의 적통성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논란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병철 회장의 장남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고, 이재현 CJ 회장이 종손입니다. 지금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이재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적통 논란에 휩쌓였고 그 가운데 ‘제일‘이라는 명칭을 건 자존심 경쟁(?)이 있었습니다.

2013년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합병은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을 흡수하는 형태였습니다. 세간에서는 사명이 삼성에버랜드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제일모직’이란 이름을 사용했죠. 테마파트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한 사업부 이름이 된 거죠. 이를 두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습니다.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볼수 있죠.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지만, 삼성물산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니까 말이죠. 


CJ그룹 역시 ‘제일’이라는 사명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J이란 이름 자체가 제일제당(Cheil Jedang)에서 따온 것입니다. CJ그룹의 주력은 굳이 ‘CJ제일제당‘이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결의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합병의 근본적인 이유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단순화와 시너지 강화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단행한 ‘과거와의 단절, 그리고 미래를 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병 회사의 이름을 제일모직이 아닌 삼성물산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1938년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를 적통성의상징 키워드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결국은 ‘제일’ 이름은 장자인 이재현 회장의 CJ에서 이어지게 될 듯 하네요.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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