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상범의 광고로 세상 읽기]“광고 속 기업의 모습, 거짓이었나요?”
HOOC| 2016-03-24 14:13
[HOOC=서상범 기자]두산그룹과 대림산업의 공통점. 최근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된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신입사원을 희망퇴직시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이번에는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대기발령 기간 벽 쪽 사물함만을 바라보게 자리배치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대림산업은 오너가의 일탈이 화제입니다.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인 폭언ㆍ폭행을 했다는 주장이 전해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의 기업 광고(위), 대림산업의 기업광고(아래)

이 두 기업은 이외에도 또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 PR 광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두산그룹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광고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대림산업 역시 “진심이 짓는다”라는 카피로 삼성물산이나 GS건설과 같은 거대기업들과의 차별성에 성공하며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죠.

하지만 최근 사회적 논란에 오르내리며 기업 이미지 강화에 큰 역할을 했던 PR광고들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의 명예퇴직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을 비롯한 대중들은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이 신입사원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나보다”라며 비판했습니다. 대림산업 역시 사건이 알려지자 기업 PR 광고의 슬로건과 연관지어 “(이해욱 부회장의)진심이 때렸다”라는 패러디가 등장하기도 했죠. 
두산그룹의 기업광고

이처럼 기업 PR 광고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홍보성 광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제품을 단순하게 생산, 판매해 소비자의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때문에 이들의 광고 속 슬로건이나 구성 등은 기업의 정체성, 본질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죠.

소비자들은 이 기업 PR 광고 메세지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기업활동은 물론, 제품에 투영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술이나 위상에 대해 강조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경영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하는 ‘가치 캠페인’들이 기업 PR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산과 대림산업의 경우는 대표적인 가치 캠페인의 성공사례로 꼽혔죠.

하지만 이 가치 캠페인이 역풍을 맞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진정성이 의심될 때이죠.

기업 브랜드 전문가인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와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내의 한 기업 초청으로 강연에 나섰던 그는 “기업의 브랜드 캠페인이 장사 수단으로 오해 받거나, 그들이 전달하던 메세지와 상반된 행동을 현실에서 보여줄 때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어 그는 “착한 가치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은 기업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도덕적 비난 앞에서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대림산업 광고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적 상황에서는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켈러 교수는 기업의 오너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을 창립한 오너는 물론, 전문 경영인인 CEO들은 누구보다도 기업의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길잡이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발생한 문제에 대한 신속하고도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명예퇴직 논란에 휩싸였을 때,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빠른 대응이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 박 회장은 직접 여론 진화에 나서며 그룹 경영진 회의에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습니다.

대림산업의 이해욱 부회장 역시 제기되고 있는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서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림산업의 기업광고


광고 속에서 보여줬던 자신들의 메세지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홍보실 등 주변인이 아닌, 기업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최고경영자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림산업이 2011년 상반기 내보냈던 기업 광고의 문구를 전합니다.

“남들은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원칙을 지키고 약속을 맨 앞에 두는 것이 보수라면 대림은 보수적입니다. 남들은 고지식하다고 합니다. 편법을 모르고 정도만을 걷는 것이 고지식이라면 대림은 고지식합니다. 원칙, 약속, 기본, 그 안에 혁신의 길이 있습니다. 기본이 혁신이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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