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롯데마트는 왜 검찰 수사중인 가습기 살균제 이슈를 ‘알아서’ 사과했을까?
HOOC| 2016-04-18 17:08
[HOOC=서상범 기자]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보상 계획을 내놨습니다.

검찰 수사가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가 수습 방안을 따로 내놓는 것은 지난 2011년 논란이 발생한 지 5년만에 처음입니다.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즐렉(롯데마트의 PB브랜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2011년 8월 이후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보도 와중에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다’ 등의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문제가 제기된 지 5년이 넘어서야 사과와 보상안을 내놓은데 대해서 반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롯데마트는 향후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이 필요한 이들의 선정 기준과 피해 보상 기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며,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할 방침입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습니다.

해당 원료는 지난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ㆍ유아 등을 포함한 수백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입니다.

현재 해당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검찰이 폐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총 4개 제품입니다. 모두 PHMG 인산염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검찰은 제품의 유해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조ㆍ유통사 관계자의 소환조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소환조사에 앞서 사과는 물론, 피해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선제적 조치를 롯데마트가 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롯데마트 사장이었던 현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의 건의에 따라 롯데 그룹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을 두고 그룹 내부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회적ㆍ도의적 책임을 지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발표가 최종 결정됐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앞둔 롯데마트 측의 면피성 대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바로 피해자들의 의견인데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롯데마트가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검찰이 소환을 하겠다 하니 기자들을 불러 브리핑을 열었다”면서, “피해자들은 연락도 못 받아 오늘 사과를 하는 지 몰랐고, 언론 보도를 접한 뒤에야 확인했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롯데마트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자들에게 연락해야 했고, 피해자들이 갈 수 있는 시간에 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 기자회견을 했단 건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면피성 사과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롯데마트가 전격적으로 사과·보상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기업 차원의 수습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지도 주목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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