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반
뉴노멀 시대 ‘매의 눈’으로…SK이노發 구조혁신 ‘바람’ 분다
뉴스종합| 2016-04-20 11:41
“호황때 더 버는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탄탄한 기초체력 바탕 글로벌 합작도 과감하게
정철길 부회장 “전방위 혁신, CEO부터 뛰겠다”



“ ‘매의 눈’으로 기회를 포착해 연내 신규 글로벌 합작 및 인수ㆍ합병(M&A)을 성사시키겠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 부회장이 20일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을 선언하면서 SK이노베이션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이노의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SK그룹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쩌면 한박자 쉬고 갈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K이노는 ‘2018년, 기업가치 30조원이 넘는 글로벌 일류 에너지ㆍ화학기업’라는 목표를 향해 또다른 혁신에 나선 것이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합작 및 인수합병 건은 올해 하반기 초께 구체적인 성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고부가화학, 배터리 경쟁력 UP…누구와 손잡나= 정 부회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장기 저성장인 ‘뉴 노멀’ 시대에는 불황 때 덜 잃고, 호황 때 더 많이 버는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며 생존을 위한 ‘선제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의 추진 방향은 ▷고부가제품(Non-Commodity) ▷비전통자원(Unconventional) ▷글로벌 파트너링과 M&A ▷중국과 미국 중심의 사업개발 강화 등 4가지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파트너링 및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일가견이 있는 SK이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는 앞서 사우디 사빅(SABIC), 중국 국영정유사 시노펙(Sinopec)과도 손을 잡았으며, 베이징자동차 및 베이징전공과 합작법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서 승부수를 던진 SK이노는 고부가화학사업 육성을 위해 차별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발굴해 적극적인 M&A에 나설 계획이다. 저유가로 전세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석유개발 사업에도 미국 내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자원 자산 신규 인수, 기존 석유개발 사업 확장 등에 나선다.

중국 내 배터리 제조 합작 공장 설립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2017년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중국 중심의 배터리 사업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SK이노는 미국을 밀어내고 전기차 시장 세계 1위로 부상한 중국에 국내업계 최초로 진출해, 현재 중국 4대 메이저 자동차 중 하나인 베이징 자동차와 JV(조인트벤처)로 안정된 물량을 공급 중이다.

SK이노는 현재 연간 전기차 3만 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인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의 생산설비를 4만대 규모로 늘리기로 하고 지난달 증설 공사에도 들어갔다. 선수주 후 라인 투자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현대ㆍ기아차, 베이징자동차, 다임러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쏘울 EV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SK이노, 실적개선으로 기초 체력 확보= 오는 2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이노는 전년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이 전망되는 등 올해도 순항이 예상된다. SK이노는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의 부진을 털고 지난해 2011년 이후 최대치인 영업이익 1조9795억원을 거둔 바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뼈를 깎는 수익구조, 재무구조 혁신을 통해 ‘기초체력’을 확보했다”며 “이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기업가치를 키워 글로벌 일류기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공장 전경.

SK이노는 지난해 실적개선과 더불어 원가절감, 비핵심자산 매각 등의 노력을 통해 2014년 7조8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 3조5000억원대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2014년 119%에서 지난해 84%로 크게 낮아졌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하는 신용등급도 이전 수준을 모두 회복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사업구조 혁신의 성공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Hard Power) 변화와 함께 스피드ㆍ유연성 제고 등 조직문화(Soft Power) 혁신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고,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차별화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일류 기업은 사업ㆍ재무ㆍ수익ㆍ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사람ㆍ역량ㆍ기술, 조직ㆍ문화ㆍ프로세스 등 모든 영역에서 일류여야 한다”며 “전방위적인 구조 혁신을 위해 CEO부터 앞장서 뛰겠다”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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