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한정식집은 문 닫을 판”…김영란법 합헌 판결에 외식업계 비상
뉴스종합| 2016-07-28 16:26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자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급 한정식을 운영하는 한식당들의 우려가 높다. 일부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특색있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종로구 일대에 있는 일부 고급 식당에서는 벌써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주방장이나 종업원을 일부 내보내고,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가게를 아예 내놓은 곳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역시 이달 중순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언론계 인사들이 자주 찾던 유명 한식당이지만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난 뒤 적자가 계속된 데다 김영란법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60여년 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

[사진설명=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자 고급 한식당들의 우려가 높다.출처=123RF]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1인당 대부분 3만원대를 넘는 한정식은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가격 인하가 쉽지 않아 상당수의 한식당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김영란법까지 시행돼 생계형 자영업자인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 수요는 연간 3조원에서 최대 4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금도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물가가 이런 실정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매출 하락은 곧 폐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의 정당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와 달리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던, 우리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농축산업계와 화훼농가 등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김영란법 시행을 연기하거나 적용 대상 예외 항목을 늘리는 등의 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호텔업계는 식당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나 언론사들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매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공직자가 식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공직자가 점점 식사 접대를 안 하게 되면 일반 기업들도 안 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텔의 경우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없어 아무래도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현재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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