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심야식당’에 가보셨나요?…그곳에 가면 마음의 허기를 채워줍니다”
뉴스종합| 2016-08-14 08:19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일본의 인기만화 심야식당은 자정이 넘어서만 영업하는 주택가의 한 야(夜)식당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 사연을 간직한 주인공들은 지친 모습으로 가게에 등장한다. 가게 주인인 ‘마스터’에게 속사정을 털어놓고 마스터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고민을 해결한다.

이런 ‘심야식당’들이 한국에도 있다. 늦은시간까지 술판이 벌어지는 모임의 장소가 아닌, 진짜 ‘식당’들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난과 소비패턴의 변화로 1인가구와 독신 가정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밥ㆍ혼술을 하기위해 이곳을 찾는다.

한국 사회에서 저녁식사는 ‘약속’의 의미가 강했다. 사회관계를 맺고,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심야식당에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혼자다. 너무 바빠 식사약속조차 잡기 힘든 자영업자, 주머니 사정으로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고학생과 지친 직장인들이 주단골이다.

고려대학교 라이시움에서 경희대학교 방면으로 보도로 5분거리에 위치한 Y식당은 저녁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만 영업한다. 많은 고시생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 가난한 고시생을 위한 가게, 제기동 심야식당 = 고려대학교 라이시움에서 경희대학교 방면으로 보도로 5분거리에 위치한 Y식당은 고시생들의 보금자리다.

이 식당은 저녁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만 영업한다. 식당의 고객들은 대부분이 인근에 거주하는 고시생들이다. 식당 인근은 고려대 주변에서 집값이 가장 저렴한 구역이다. 오랜 시간 고시를 준비한 장수생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고학생들이 이 주변에 산다.

Y식당은 이런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메뉴를 꾸렸다. 오이와 고추, 김치 등 밑반찬은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식당 단골인 김모(32)씨도 이 근처에 살고 있는 행정고시생이다. 그는 한주에 한 번은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친구를 부르기 힘든 밤 근처에 혼자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어 정말 좋다”고 했다.

김씨가 고향에 반문한 것은 지난해 추석이 마지막이다. 시험 일정탓에 이번 설날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김씨는 ”고시원에서 쌀밥과 김치만 먹다 이곳에서 푸짐한 반찬을 보게되면 집밥생각이 많이난다”고 했다. 

망원동의 한 우동집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영업한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직장인들이 해장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 오피스텔 근처, 직장인을 위한 심야식당 = 망원동의 한 우동집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영업한다. 이 집의 메인메뉴는 해장 음식으로 좋은 5000원짜리 즉석우동이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직장인들이 해장을 위해 찾는 곳이다.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가 돼도 이곳은 넥타이를 헐겁게 맨 직장인들로 가득찬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스타시티 뒷편에는 혼자 술을 먹기 좋은 이자카야와 소주방이 많이 있다. 우동집과 술집 모두 근처에 직장인이 거주하는 원룸이 많이 들어선 게 특징이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모(27)씨는 혼술을 하기 위해 스타시티 뒷편 식당을 자주 찾는다. 유씨는 “혼자 술을 마시면 친한 동료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사소한 일들, 억울했던 일과 짜증났던 일이 남의 일마냥 차분해진다”며 “혼자 술을 마시러 오면 나 같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 ‘24시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동대문 상인들의 혼밥 = 새벽에 일하는 동대문 야간상인들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 김밥전문점을 찾는다. 일이 많은 날은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기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다행인 날이다.

식당에서 자주 밥을 먹는 오모(37)씨는 “10분안에 식사를 마쳐야 하니 약속을 잡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면서도 “이 밥심으로 아침까지 장사를 이어갈 수있다”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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