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장기불황의 늪…‘명품시대’ 종말?
뉴스종합| 2016-08-16 11:28
페라가모·디올 등 ‘1세대’ 내리막
희소성 떨어지며 소비동력도 ‘뚝’
소비 양극화·다변화로 수요 대체
‘신흥명품’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
수입시계·보석 확대…SPA도 가세



1세대 명품 브랜드의 국내 성적표가 심상치 않다. 페라가모는 2011년 10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67억원까지 떨어졌다. 디올(크리스찬디올꾸뛰르코리아)은 지난해 137억원이 영업손실을 냈다. 명품의 성장과 대중화의 길을 함께 해 온 명품 브랜드의 위상이 끝 모르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입시계 매출이 꾸준히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애비뉴엘에 문을 연 오피치네 파네라이의 세번째 부띠끄

과거 3초백, 5초백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던 명품의 영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은 아니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저성장시대의 도래로 세계 럭셔리 시장은 그나마 중국 소비자의 적극적인 소비 덕에 지난해 5% 성장세를 이뤄냈다. 일각에서는 불황의 장기화로 인한 ‘명품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명품의 희소성이 떨어진 것도 희소가치에 투자하는 명품소비의 동력을 떨어트렸다.

하지만 업계는 명품소비의 양극화ㆍ다변화에 주목한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나만의 명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신흥 명품이 부상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며 “명품 구입을 포기하거나 명품이 아닌 대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명품을 사는 사람은 더 고가의, 희소성있는 상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같지 않은 명품? 꾸준히 ‘두 자리’ 성장=1세대 브랜드의 부진한 성적표가 무색하게 명품 매출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패션(명품) 신장률은 2013년 7.8%에서 2014년 10%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8.1% 증가한 명품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도 17.2%로 신장세를 이었다. 신흥 브랜드들의 꾸준한 유입과 더불어 프리미엄 패딩 열풍으로 의류 품목에서 소비가 발생한 것이 전체 매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과거 ‘과시적 소비’의 일환으로 명품 소비의 주축이 됐던 가방, 신발 대신 시계와 보석 수요가 높아진 것도 주목할만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명품 매출 안에서도) 시계와 보석이 좀 괜찮았고 해외 의류 쪽도 좋았다”며 “중국인들의 명품구입도 매출 신장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역 넓히는 ‘럭셔리’, 명품 빈자리 노리는 ‘SPA’=수입시계, 보석의 신장세로 관련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국내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한국로렉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38% 증가하기도 했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수입시계 바이어는 “수입시계는 최근 5년간 매년 20% 넘게 신장을 하고 있다”며 “주요 점포로 수입시계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럭셔리 시장 내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명품 소비자를 겨냥한 업계의 움직임은 올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시계ㆍ보석 브랜드 까르띠에는 지난 6월 플래그십 스토어인 ‘메종 청담’을 새롭게 열었다. 메종 청담은 ‘하이 주얼리 및 최고급 워치메이킹 플래그십 매장’을 지향한다. 이탈리아 명품 시계 브랜드 오피치네 파네라이는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직영점을 열었고,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도 세번째 부티끄를 오픈했다.

동시에 명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대중 SPA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매스티지 브랜드의 빈자리를 톡톡히 채우며 ‘대중 명품’의 새로운 트렌드를 쓰고 있다. 합리적 소비, 가치소비로 대변되는 불황형 소비에 명품에 대한 대중의 니즈(needs)를 반영한 SPA와 명품 브랜드의 콜라보레션은 밤을 새는 기다림도 감수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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