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한미약품, ‘늑장 공시’의 악몽 재현되나
뉴스종합| 2016-12-09 08:57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수출 계약 해지 늑장 공시로 곤혹

-얀센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신약 임상 지연 소식도 증권가에서 먼저 돌아

-잇따른 불공정거래 의혹 조사에 난감한 상황

-신약 개발 과정 변수 투명하게 알리고 내부 직원 교육 강화 필요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한미약품이 ‘잔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 이어 지난 7일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신약의 임상시험이 잠정 지연됐다는 소식으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요동을 쳤다. 더구나 8일에는 한미약품의 호재 및 악재 정보를 고시 전 유출한 한미사이언스 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한미약품에게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미약품의 관리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감한 중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직원들에 대한 내부 교육이 부족했으며 적절한 공시 시점을 놓쳐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한미는 지난 9월 30일 오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한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하루 앞선 29일 오후 미국 제넨텍에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를 기술수출 계약했다는 것을 공시했다. 이런 호재 공시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큰 손해를 입었다.

문제는 한미의 늑장공시였다. 한미는 베링거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 이메일을 29일 받았지만 하루 지난 30일 공시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이에 한미가 악재성 공시를 의도적으로 미룬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10월 초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공시를 위한 절차를 밟다보니 공시가 지연됐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 정보가 미리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29일 호재성 공시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량이 평소보다 21배나 많았던 것이다.

이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을 압수수색 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고 공시 전 카카오톡을 통해 퍼진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악재 정보 공시 전 정보를 유출해 손실을 피한 3명의 직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이번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신약의 임상 환자 모집 유예 소식에서도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증권가 지라시로 먼저 알려진 이번 소식에 역시 한미의 주가는 7일 기준 31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라시가 유통된 경로와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해 손실을 피한 투자자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본격 조사에 들어가면 해당 지라시가 내부자를 통해 만들어진것인지, 이를 이용해 공매도에 나선 세력이 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공정거래 의혹이 잇따르자 한미는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얀센의 임상환자 모집 유예에 대해서는 “이는 임상시험 중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처로 임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얀센과의 파트너십은 굳건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기에 8일 호재 및 악재 정보를 공시 전에 유출한 한미사이언스의 임원까지 구속영장을 받으며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가 국내 제약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변수가 많은 신약개발 과정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수 있는 투자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또 중요한 정보가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 직원 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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