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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OPEC도 감산…정유사, 기름값 올릴 준비?
뉴스종합| 2016-12-13 09:05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11개 비(非) 회원국까지 원유 감산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전통적으로 유가 상승을 ‘호재’로 받아들여왔지만 유가 상승 원인에 따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4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일반적으로 저유가 시대에는 유가가 더 떨어지는 것 보다는 서서히 오르는 게 실적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왔다. 유가가 더 하락한다고 해서 석유제품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고, 대신 유가가 완만히 상승해 준다면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평가이익이란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구매한 뒤 한국에 들여온 원유의 재고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기간에는 ‘싸게 산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는 시점에 자동으로 ‘비싸진 몸’이 된다. A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완만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평가이익 효과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회계장부상 수치일 뿐 실제로는 석유제품의 수요 상승 여부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유사에게 원유 가격은 원료비에 해당하는데, 원료비만 오르고 만들어내는 제품 수요는 그대로라면 오히려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살아남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늘고 유가가 상승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호재겠지만 이번 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라는 외생 변수로 인한 것”이라면서 “지난 11월부터 원유 가격 상승 폭이 우리가 만드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 폭 보다 커 오히려 마진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평균 휘발유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의 차이)는 12.6달러였지만 12월 들어서는 11.5달러에 그치고 있다. 경유도 11월 13.0달러였던 스프레드가 12월 들어 10.1달러로 줄었다. 정유사 실적의 핵심인 정제마진도 비슷한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론 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이끌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 강화되고 석유제품 실수요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 제품 소비가 늘지 않는 이상 유가 상승이 장기적인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유가가 올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가가 오르는 ‘원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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